오늘은 지저분한 이야기좀 해볼까.


일하는 동안 볼일을 참는다. 신문 마감시간 덕에 생긴, 나름의 습관이다. 
매거진엑스 섹션편집팀에 와서 마감이라는 개념은 약해졌지만 여전히 대충 참게 된다.

오늘은 월요일. 여행섹션 '길'을 마감하고 화장실에 갔다. 회사 화장실은 여전히 허름하고 불공평하다. 여자칸에 좌변기가 없고 남자칸엔 좌변기가 있다. 물론 가보지는 않았다. 굳이 물어보지도 않았다. 신문 넘기는 소리와 물내리는 소리로 짐작할 뿐이다.

몸속의 물을 버리고 수도꼭지의 물을 손에 받는다. 시원하다. 물마저 녹물이었다면 매번 건물2층 극장화장실이나 한층위 다른 회사 화장실을 찾아갔을 거다. 

거울을 본다. 입술 옆에 검은 점이 생겼다. 문질러본다. 색연필이다. 다 지우고 보니 옆에 빨간점도 있다. 이것도 색연필이다. 후후~ 색연필과 자를 들고 일하니 아날로그족이라 해야할까.

돌아서려다 보니 이마에도 검정 얼룩들이 있다. 이번엔 펜이다. 문지르고 또 문지른다. 모르는 사이 얼굴 구석구석 뭔가 묻어있었다. 어느새 나는 얼룩덜룩 물들어가고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들 말한다. 시간에 대한 말이다. 
허나 오늘은 다르게 생각해본다. <누구에게나 세상의 때가 묻기 마련이다>라고...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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