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조금 늦을 것 같아 잠시 들른 홍대역근처 건물 화장실.
"박**씨 아시나요?" 웬 여자가 상당히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는데 하필 아는 이름이었다.
누구더라... 싶은 마음에 그냥 "예"하고 대답했더니 "어떻게 아시는 사인가요" 되물어온다.
"사둔인데요" 대답하는데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
그녀는 눈밑엔 아이라인이 번져있고 살짝 떡진 머리에 오래된 LP판을 들고있었다.
"제가요, 이런 사람인데요..."
그녀는 LP판의 비틀즈 소년중 하나를 가리키며 자신이 그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누구고, 아버지는 누구고, 자기는 러시아사람이며, 가수데뷔하기로 했는데 박**와 김$$가 사기를 쳐서 자기돈을 떼먹었다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서로 국적도 다른 유명인이었으며, 일단 LP판의 인물과 전혀 동떨어진 외모였다. 여기까지 듣고서야 뭔가 상당히 잘못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슬슬 술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내가 왜 쌩판 모르는 사람이 물어보는 박**에 반응했던가... 마구 후회하는 중에 화장실에서 고등학생 둘이 나가면서 던지는 비웃는듯한 눈빛. 쟤는 그렇다치고 나는 뭐냐는 쪽팔림과 이 사태를 어찌 수습하고 도망가나 하는 고민이 밀려왔다. 내가 이토록 당황하는 와중에 꼬깃꼬깃 닳아버린 명함 두장을 꺼내든 그녀는 계속 말을 했다.
"그래서요, 제가 너무 억울하거든요..."
억울하냐, 나도 억울하다... 진땀을 뻘뻘 흘리다 어찌저찌 뿌리치고 나오긴 했는데, 그녀는 그 후에도 한참이나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오래된 LP판을 들고...
지금도 궁금하다. 그녀의 정체는 단순히 알콜중독자나 정신이상자였을까, 아니면... 진짜 사기당한 가수였을까...
(이 사건은 서너달 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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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