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msn메신저 닉네임 - "중복이면 삭제해주세요" 오늘이 중복인데 뭘 삭제하나
그렇습니다. 오늘은 중복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이 두번 중복되느니 두번 죽는 게 낫겠습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그저께 저녁 갑자기 친구가 전화해설랑 오랜만에 밥이나 먹자고 했습니다. 중복이 언제인가 하니 바로 다음날. 그래서 저녁 7시에 만나 삼계탕을 먹자고 입을 오물오물 모았습니다. 그녀는 삼성동 사무실에서 광화문 쪽으로 출발할때 내게 전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어제 오전. 갑자기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혹시나 취소할까 맘이 불안했습니다. 다행히 그녀는 다른 용건을 꺼냈고 저녁에 대해서는 확신있는 대답을 해왔습니다. 소문난 'ㄱ삼계탕(기억하시나요, 저의 하노이처녀버전 사진의 배경이었습니다)'으로 가야지 마음먹고, 회사앞으로 오지 말고 시청역에서 전화하라고 했습니다.
출발할때 전화한다던 그녀. 적어도 6시나 6시반엔 연락이 와야하는데 이상했습니다. 신문을 보고 메신저질도 좀 하고 휴가고민도 좀 하고 있었는데 7시가 넘어갑니다. 영 불안했습니다. 그녀가 오지않으면 저는 초복/중복 두번 모두 삼계탕 못먹은 아픔으로 잠을 못이룰 것 같았습니다.
전화를 걸어봅니다. 그런데...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합니다" 뭐야 이게, 얘가 왜이래, 웬일로 보자더니, 뭐야 이게... 투덜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인지...
근처에 있던 선배가 왜 집에 안가고 궁시렁대냐고 묻습니다. 친구가 오기로 했는데 이러쿵 저러쿵 연락이 안된다고 하니 충고해줍니다. "나, 전에 회의들어갔다가 친구한테 연락도 못하고 몇시간 늦어서 11시에 만났다. 걔가 기다려주더라. 너도 기다려봐"
11시? 말도 안됩니다. 그때까지 굶다간 세상 하직할 것만 같았습니다. 시간은 7시반을 넘어 8시에 도달합니다. 선배가 말합니다. "아직이야? 8시반까지 친구 안오면 나랑 밥이나 먹자"
그대 나를 나를 잊었나 그대 나를 진저어어어어어어엉~ 하던 8시 20분. "사랑한다면 저별처럼~" 전화가 왔습니다. 강남역쪽에서 미팅(사교목적 아닌 업무용 만남을 말합니다)이 늦게 끝나서 지금 오는 중인데 휴대폰 밧데리가 닳아서 신촌에서 공중전화를 걸고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하면서 시청역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 몇분 전에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선배도 대동했습니다. 친구가 늦었으니 꼭 얻어먹어야한다, 선배는 지갑열면 안된다. 설득하면서 정동길을 걸어내려갑니다.
'ㄱ삼계탕'에 왔습니다. 지도보고 찾아온댔는데 잘 오고있나 걱정됩니다. 얼추 비슷하게 올 것 같았는데 아직인가 싶어 식당 안을 두리번 두리번... 1층에는 없습니다. 설마 사람 기다리면서 2층에 가 있을리는 없다 싶고, 식당 앞에서 보기로 했으므로 밖에서 기다려봅니다.
마지막 통화는 8시 33분. 9시가 되어도 친구는 오지 않습니다. 날도 덥고 피곤한데 함께 서있는 선배에게 적잖이 미안했습니다. 선배는 말했습니다. "나도 시청역에서 한시간 헤맨적 있어" 그말을 믿으며 그대로 서있는데 책가방이 무거워집니다.
9시 13분. 선배는 다른 약속에 가야합니다. 밥도 못먹고 보내야 해서 여간 미안한게 아닌데, 제걱정을 해주며 떠납니다. 오직 전화를 기다려야만 하기에 걱정과 짜증이 동시에 뭉게뭉게 피어오릅니다.
9시 35분. 사랑한다면~ "너 지금 어디야!"... 친구는 ㄱ삼계탕 2층에서 1시간째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아~ 이것은 그토록 유치하게 스쳐지나가는 드라마와도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투덜투덜거리며 삼계탕을 싹싹 비우니 10시 20분. 간단히 커피한잔을 마시고 헤어지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저는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고 그보다 나은 상황에서 안도하려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기다리는 동안 친구를 시청역 잔디밭을 헤매게 하다, 인신매매단에 끌려보냈다가, 다리를 부러뜨려 병원에 보냈습니다.
그러나 낙관주의자인 제 친구는 "소정이가 나오다가 일이 생겼나보다, 오다가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이야기가 길어지나?" 생각하다가 1시간이 지나서야 제게 전화할 생각을 했답니다. 밖에서 기다릴 거라곤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대요.
기다리는 방식이 기다림을 힘들게도 하고 즐겁게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아~ 힘든 날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중복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이 두번 중복되느니 두번 죽는 게 낫겠습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그저께 저녁 갑자기 친구가 전화해설랑 오랜만에 밥이나 먹자고 했습니다. 중복이 언제인가 하니 바로 다음날. 그래서 저녁 7시에 만나 삼계탕을 먹자고 입을 오물오물 모았습니다. 그녀는 삼성동 사무실에서 광화문 쪽으로 출발할때 내게 전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어제 오전. 갑자기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혹시나 취소할까 맘이 불안했습니다. 다행히 그녀는 다른 용건을 꺼냈고 저녁에 대해서는 확신있는 대답을 해왔습니다. 소문난 'ㄱ삼계탕(기억하시나요, 저의 하노이처녀버전 사진의 배경이었습니다)'으로 가야지 마음먹고, 회사앞으로 오지 말고 시청역에서 전화하라고 했습니다.
출발할때 전화한다던 그녀. 적어도 6시나 6시반엔 연락이 와야하는데 이상했습니다. 신문을 보고 메신저질도 좀 하고 휴가고민도 좀 하고 있었는데 7시가 넘어갑니다. 영 불안했습니다. 그녀가 오지않으면 저는 초복/중복 두번 모두 삼계탕 못먹은 아픔으로 잠을 못이룰 것 같았습니다.
전화를 걸어봅니다. 그런데...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합니다" 뭐야 이게, 얘가 왜이래, 웬일로 보자더니, 뭐야 이게... 투덜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인지...
근처에 있던 선배가 왜 집에 안가고 궁시렁대냐고 묻습니다. 친구가 오기로 했는데 이러쿵 저러쿵 연락이 안된다고 하니 충고해줍니다. "나, 전에 회의들어갔다가 친구한테 연락도 못하고 몇시간 늦어서 11시에 만났다. 걔가 기다려주더라. 너도 기다려봐"
11시? 말도 안됩니다. 그때까지 굶다간 세상 하직할 것만 같았습니다. 시간은 7시반을 넘어 8시에 도달합니다. 선배가 말합니다. "아직이야? 8시반까지 친구 안오면 나랑 밥이나 먹자"
그대 나를 나를 잊었나 그대 나를 진저어어어어어어엉~ 하던 8시 20분. "사랑한다면 저별처럼~" 전화가 왔습니다. 강남역쪽에서 미팅(사교목적 아닌 업무용 만남을 말합니다)이 늦게 끝나서 지금 오는 중인데 휴대폰 밧데리가 닳아서 신촌에서 공중전화를 걸고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하면서 시청역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 몇분 전에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선배도 대동했습니다. 친구가 늦었으니 꼭 얻어먹어야한다, 선배는 지갑열면 안된다. 설득하면서 정동길을 걸어내려갑니다.
'ㄱ삼계탕'에 왔습니다. 지도보고 찾아온댔는데 잘 오고있나 걱정됩니다. 얼추 비슷하게 올 것 같았는데 아직인가 싶어 식당 안을 두리번 두리번... 1층에는 없습니다. 설마 사람 기다리면서 2층에 가 있을리는 없다 싶고, 식당 앞에서 보기로 했으므로 밖에서 기다려봅니다.
마지막 통화는 8시 33분. 9시가 되어도 친구는 오지 않습니다. 날도 덥고 피곤한데 함께 서있는 선배에게 적잖이 미안했습니다. 선배는 말했습니다. "나도 시청역에서 한시간 헤맨적 있어" 그말을 믿으며 그대로 서있는데 책가방이 무거워집니다.
9시 13분. 선배는 다른 약속에 가야합니다. 밥도 못먹고 보내야 해서 여간 미안한게 아닌데, 제걱정을 해주며 떠납니다. 오직 전화를 기다려야만 하기에 걱정과 짜증이 동시에 뭉게뭉게 피어오릅니다.
9시 35분. 사랑한다면~ "너 지금 어디야!"... 친구는 ㄱ삼계탕 2층에서 1시간째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아~ 이것은 그토록 유치하게 스쳐지나가는 드라마와도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투덜투덜거리며 삼계탕을 싹싹 비우니 10시 20분. 간단히 커피한잔을 마시고 헤어지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저는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고 그보다 나은 상황에서 안도하려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기다리는 동안 친구를 시청역 잔디밭을 헤매게 하다, 인신매매단에 끌려보냈다가, 다리를 부러뜨려 병원에 보냈습니다.
그러나 낙관주의자인 제 친구는 "소정이가 나오다가 일이 생겼나보다, 오다가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이야기가 길어지나?" 생각하다가 1시간이 지나서야 제게 전화할 생각을 했답니다. 밖에서 기다릴 거라곤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대요.
기다리는 방식이 기다림을 힘들게도 하고 즐겁게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아~ 힘든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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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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