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회사 동기의 결혼식. 늦어서 알리바이용 사진도 못 찍었다.

오후 3시반, 그 어정쩡한 시간을 욕해놓고 50분이나 늦었으니 말 다했지.

강남땅의 버글거리는 자동차도 무죄.

괜히 아는척하다 다른데 내려준 택시기사 아저씨도 무죄.

점심먹고 다시 꿈나라 순방길에 오른 나는 유죄.



끝나고 여동기 셋과 남동기 하나, 나까지 다섯모여 차한잔 하는데

꼬부랑머리가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상도 하지, 예전엔 겁나 안 어울렸어." 했더니

문제의 발언이 튀어나온다.

"나이들어서 머리안하면 가난해보여"

(사실 이 말에서 예전에 웨이브가 안어울렸던 이유는 찾아낼 수 없다.

다만 1주일 전까지의 생머리가 가난해보였다는 사실만 유추 가능할 뿐.)



갑자기 나이를 실감한다.

28, 28, 28...(스물여덟으로 읽어달라. 물론 속마음은 그 반대다.)

얼마전까지 나는 항상 이 나이였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입사즈음의 나는 새파란 스물다섯이었고,

입사준비를 하던 나는 시퍼런 스물넷이었으며,

처음으로 연구실 따위 지겹다고 언론사 입사를 꿈꾸던 나는 파릇한 스물둘이었다.



내가 가진 손톱만한 가능성을 볼록렌즈로 키워보던 시절.

실패해도 당연스럽게 다음 도전을 준비하던 그땐,

남보다 더뎌도 남보다 못났어도 무엇이건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땐,

고작 몇 년 후의 내가 이토록 스스로를 못 미더워할 줄 몰랐겠지.



그래, 난 아직 이팔(28) 청춘이다.

꽃답지 않다 하면 꼴같지 않은 나이.

조금만 더 나를 사랑하면, 지금도 그때처럼, 향기를 낼 수 있을까? 그럴까?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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