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월 14일(일)

 

7시. 푸켓의 마지막 날이자 방콕과 재회하는 날입니다.

일어나자마자 방콕에서 갈 곳들을 체크합니다.

김군을 깨워 여느날처럼 해변에서 밥을 먹고 수영장으로 갑니다.

 

"하루라도 온전히 수영장에서 개겼어야 했어."

김군은 엄청난 아쉬움을 토해냅니다.

마치 내가 여기저기 끌고다녀서 원망스럽다는 투로 들립니다.

 

처음에 내가 리조트에서 쉬면서 놀자 했더니

돌아다니지 않으면 무슨 재미냐 해놓고,

그래서 나에게 여기저기 갈 곳을 마구 찾게 만들어놓고,

도대체 왜 '여행가이드에 불만늘어놓기 놀이'를 하는 건지...

 

게다가 바로 이틀 전, 푸켓에 오자마자

침대에서 서너시간, 수영장에서 두세시간 늘어져지낸 것은 기억도 안 나는 모양입니다.

 

인터넷도 좀 하고 리조트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오는 중에도

김군은 여전히 수영장 썬베드에 철썩 달라붙어있습니다.

30분쯤 누워서 생각합니다. 이번 여행, 정말 빡세구나...

 

11시50분. 체크아웃을 합니다.

방에서 건 전화비를 꽤 비싸게 받습니다.

콜택시 회사와 리조트앞 렌터카사무실에 걸었을 뿐인데...

 

리조트 앞에서 공항까지 택시를 탑니다.

고작 5분 걸리고 역시 B150.

비행기가 출발합니다.

비상구앞 머리올린 아저씨에게서 시선이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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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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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1월 13일(토)

 

16시 30분.

다음 목표는 팬시비치였습니다. 푸켓 해안중 가장 아름답다는...

소문만큼 좋더냐고요? 네, 길을 잘못 들어 못 봤습니다.

고급리조트 두 곳이 독점하고 있다는 팬시비치는 지도에도 없는 나라 환상의 나라인지,

어찌저찌 가다보니 스린비치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그곳이 스린인지 카말라비치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튼 그 둘 중 하나이긴 할 겁니다.

이쯤에서 김군은 바다에 몸을 담굽니다.

네, 저는 부상으로 인하여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바다를 바라만 보았습니다.

 

햇살이 구름을 뚫고 커텐처럼 내려앉거나 말거나,

김군은 허우적대고 내눈은 깜빡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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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서쪽바다를 향해 달음질을 칩니다.

원래 목표대로 빠통까지 내려갔다간

깊은 밤을 (오토바이로) 날아야한다는 압박.

아쉽지만 더이상 남쪽으로 가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을 내립니다.

 

 

17시 5분. 오늘의 마지막 비치를 뒤로 하고, 호텔을 향해 출발합니다.

돌아가는 길은 고속도로로.

가는 길에 기름넣을 주유소를 체크하고 부르릉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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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남짓.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예상외로 기름이 줄지 않아서 그대로 반납합니다.
바이크를 빌려준 여인이 묻습니다. "훌륭한 운전사더냐?"
 
솔직하게 대답합니다.
"결국에는."
 
 
 
바다에 못 들어간 아쉬움을 달래러 호텔 수영장에 갔다가
한시간쯤 지나자 모기에 쫓겨 방으로 돌아옵니다.
저녁먹으러 가기 전에 잠시 눈을 붙였는데
어이쿠,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실망한 김군은 컵라면을 사러 나갔다가 그만,
혼자 확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지만
참고 돌아와 라면과 과자를 먹었습니다.
나는 자다 말고 라면을 먹다가 과자를 물고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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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1월 13일(토)

 

14시. 쉐라톤 전망대에 가봐야지 합니다.

라구나의 고급 리조트들은 셔틀보트로 옮겨다닐 수 있다던데

영어울렁증 때문에 물어보기 귀찮습니다.

타는 곳을 제맘대로 추측하고 헤매다보니 어느새

현지인 어린이들이 우르르 모여 축제를 하는 곳에 와있습니다.

우와, 코끼리다... 사진이나 찍어볼까 하다가

보트 타는 어린이들 뒤에 줄을 섰더니

이건 그 보트가 아니라고 합니다.

 

결국 다시 커낼빌리지 앞으로 돌아가 셔틀버스를 탑니다.

쉐라톤에 가겠다 하니 기냥 우리만 태우고 갑니다.

내려서 또 엘리베이터를 찾아 헤매려하니

김군이 이제는 좀 물어보고 다니자고 합니다.

"전망대가 뭐지? view point는 관점아냐?"

 

어쨌건 결국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갑니다.

나름 감동하려 했지만 김군은 별로 감흥이 없습니다.

한 30초쯤 지났나, 내려가자 합니다.

슬프지만 따라내려갑니다.

 

커낼빌리지까지는 셔틀보트를 타야지 합니다.

또 맘대로 걸어가려 하니 김군이 짜증을 내며 물어보고 옵니다.

왼쪽으로 가라고 해서 갔더니 그쪽에선 다들 반대편으로 가라합니다.

어쨌건 셔틀보트 정류장을 찾았습니다.

썬베드에 잠시 앉았습니다.

다리는 쓰려오고 몸은 벌써 피곤하고,

뭔가 하루를 공치고야 말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커낼빌리지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목표는 '타통카'라는 식당입니다.

라구나 입구에 모여있는 식당 중 하나라는데

여기저기 물어도 다들 잘 모른다고 합니다.

일단 주차되어있던 오토바이를 꺼내는데 앞뒤로 꽉꽉 막혀서 꽤 힘이 듭니다.

또한번 버리고 가고픈 생각을 합니다.

 

일단 출발. 지도를 보고 가다가 한번 길을 잘못 듭니다.

다시 출발. 이번에는 길에서 한번 더 물어보지만 다들 모른다고 합니다.

배가 고픈 나머지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굳이 책에 나온 식당을 찾아가야 할까요.

그러나 다시 출발. 왼편으로 언뜻 간판이 보입니다.

빙고. 드디어 맛있는 식사...

를 할 줄 알았지만 이 집은 아직 준비중이라고 밥을 안줍니다.

책을 다시 보니 6시에 문을 여는 집이었습니다.

 

길건너에 있는 태국음식 식당에 그냥 들어갑니다.

아무거나 시켰지만 꽤 먹을만합니다.

썬크림과 전자계산기가 든 노란 비닐봉투를 꺼내놓고 아무생각 없이 일어납니다.

지금도 거기 뭐가 더 들어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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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1월 13일 (토)

 

낮 12시를 갓 넘긴 시간.

'햇빛은 쨍쨍 바이크는 무서워' 입니다.

언덕을 걸어올라가겠다고 주장해보지만 김군은 한사코 올라타라고 합니다.

다신 그런 일 없을 거라고 합니다.

넘어진 이유를 알았다고,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로 저속기어로 바꾸려하다 그랬다고 합니다.

나도 뒷바퀴 속력이 확 줄어서 앞바퀴가 히히힝~한 거 같다고 말해봅니다.

 

올라타기가 너무너무 싫습니다. 도리질이 쳐집니다.

혹시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졌다면 나는

크게 다치거나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타지않으면 김군이 무척 미안할 것이 분명합니다.

어쩌면 다시는 바이크를 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대로 내내 걸어갈 수도 없습니다.

오늘의 목표는 아직도 멀고 멉니다.

 

 

 

덜덜덜... 금새 언덕을 넘었습니다.

나이통 비치를 따라 해안도로를 달리다 금새 언덕으로 접어듭니다.

이정표가 나오긴 하는데 제대로 가고는 있는지 의심이 듭니다.

길까지 잘못 들었다면 어떡하지,

계속 바이크를 타야한다는 게 너무너무 무섭습니다.

 

잠시 길을 멈춥니다.

길을 묻습니다.

그리고 선크림을 꺼내 바르며 전열을 정비합니다.

매고있던 가방을 앞쪽 바구니로 옮깁니다.

쇼핑백을 김군과 나 사이에 끼웁니다.

한손은 의자 손잡이, 한손은 쇼핑백을 붙듭니다.

그리고 다시,

출발합니다.

 

3거리에 도착했습니다.

길을 건너 라구나를 물으니 우회전이라고 합니다.

달립니다.

금새 이정표들이 나옵니다.

 

커널 빌리지.

그렇습니다. 나는 라구나단지 커널 빌리지에 있는 짐톰슨 아울렛에 가고 싶어서

라구나에 오자고 했습니다.

만약 라구나를 일정에서 뺐다면 빠통왕복 택시를 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사고도 상처도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입니다.

더이상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짐톰슨 아울렛에서 선물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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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사진은 없습니다. 사고 이후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메롱탈은 인디고 펄 리조트 내 상점에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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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월 13일 (토)

 

오전 11시 40분.

작은 가방은 바이크 손잡이 앞 바구니에 놓고

카메라가 두개가 든 가방은 김군과 나 사이에 끼워놓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백팩으로 가져오는 건데,

한쪽으로 매는 짐백이라 영 불안합니다.

 

한손은 의자 손잡이를, 한손은 그리 자세하지도 않은 지도를 쥡니다.

덜덜덜... 드디어 출발입니다.

길 끝에서 우회전 하고 3거리를 만나면 또 우회전해서 언덕을 넘으라고 했습니다.

그냥 고속도로로 가도 되지만 이 길이 "나이스 뷰"라고 했습니다.

 

언덕길이 나옵니다. 김군은 한참 엑셀을 밟다가 안되는지 2단기어로 낮춥니다.

그러나... 힘이 달립니다.

언덕 중간에서 멈추고 맙니다.

 

언덕 중간에서 출발하기. 여간 높은 난이도가 아닙니다.

"나는 걸어갈게." 덜컥 겁이 나서 외쳤더니 되돌아오는 말은

"어라, 시동이 안걸려."였습니다.

출발한지 이제 20분도 안 되었는데 벌써 고장낸 걸까.

걱정이 눈앞을 가립니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서 방도를 찾기로 합니다.

시동이 안 걸리는 상태에서 방향을 돌리기조차 힘이 듭니다.

김군과 바이크 뒤로 혼자 터벅터벅 길을 내려갑니다.

바이크 택시가 지나가며 타라고 합니다.

왜 이제서야 나타났느냐고 타박하고 싶지만

문장이 너무 길어서 무리입니다.

 

"이 노란거 누르라고 했는데 벌써 까먹었었네."

언덕 아래서 만난 김군은 김군이 활짝 웃습니다.

나를 태운 바이크는 또 뒤뚱거리며 언덕을 올라갑니다.

또 엑셀을 밟아댑니다. 2단으로 낮췄는데 또 힘이 달립니다.

 

 

 

김군의 왼쪽발이

기어를 밟습니다.

 

바이크는 히히힝~

앞발을 듭니다.

 

아아아, 나는

뒤로 떨어집니다.

 

가방들이 하늘을

훨훨 나릅니다.

 

오토바이와 김군이

옆으로 눕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언덕 중간에 멈췄습니다.

반대차선의 사람들이 모조리 섰습니다.

아유 올롸잇, 아유 오케이...

아임 파인 땡큐, 아임 파인 땡큐...

아참, 이건 하우아유때 쓰는 건데.

 

일어납니다.

엉덩이가 얼얼합니다.

종아리가 까졌습니다.

허벅지가 긁혔습니다.

 

김군이 묻습니다. "마누라 괜찮아?"

다행이었습니다.

이 질문이 "카메라 괜찮아?"였다면

아마 이혼사유가 됐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이 바이크와 함께 언덕을 넘을 수 있을까,

걱정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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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 찍은 사진은 없습니다. 밋밋할까봐 파리대왕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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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 (토)

 

아침 10시.

해변에서 죽과 볶음밥을 먹으며 생각합니다.

오늘은 라구나를 거쳐 빠통쪽으로 내려가볼까?

택시비를 물어보니 나이양에서 라구나, 라구나에서 빠통, 빠통에서 나이양...

장난이 아닙니다. 대충 B2000는 넘길듯.

렌트를 해도 그보다 싸게 생겼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면허증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바이크 택시는 없냐고 물었습니다.

없댑니다. 그럼 얘들은 뭐냐고 물으니 렌트용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문득 김군, 바이크 렌트를 하자고 합니다.

 

겁이 납니다.

이곳은 차선이 반대입니다.

그리고 김군은 괌에 출장가서 렌터카를 아작내셨다던 분입니다.

게다가 바이크라니, 타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김군, 주장합니다.

"여러군데 마음대로 가려면 렌트가 낫지."

그렇습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자동차라면 차선을 넘어갈지언정 오토바이는 안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좋은 쪽만 생각해봅니다.

 

해변에서 1일 바이크 대여료는 B300.

오늘도 리조트 입구에 한번 물어봅니다.

B250. 역시 저렴합니다.

 

그런데 그녀, 기어 변속을 가르칩니다.

그렇습니다. 수동기어입니다.

김군은 바이크에 올라 저 앞까지 다녀옵니다.

심히 뒤뚱거립니다.

 

"야 타" 김군 외칩니다.

그러자 그녀, 당부합니다.

"언덕에선 2단기어 이하로 놔야 해. 꼭이야.

돌아올 때 기름은 가득 채워와야 해. 안그럼 풀로 채우는 비용 B90을 받을 거야."

 

역시 김군은 알아듣지 못합니다.

일단 떠나고 봅니다.

출발...

덜덜덜덜...

엔진도 나도 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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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한가로운 나이양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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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슝슝 날아갑니다. 공항에서 5분이니까 내리는 것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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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들 눈이 땡글. 누나는 프라이버시를 아는지 새침하게 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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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금)

 

새벽 03시

방콕 신공항. 입국수속이 한시간 가까이 걸렸다. 

1층에 쿠션달린 의자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이미 빈자리가 없다.

아까 인도간다고 입국카드 쓰는 거 도와달라했던 아저씨도 벌써 자리를 잡았다.

파카를 꺼내입고 철제의자에 누웠다. 파카에 목도리까지 둘렀건만 은근히 춥고 시끄럽다.

김군은 금새 잠이 들었나본데 나는 계속 뒤척인다.

 

05시

푸켓행은 7시출발이니 지금 수속할 수 있겠다 싶어서 김군을 깨운다.

2층에 있는 식당에서 이른 아침이나 먹을까 하다가 그냥 출발층으로 올라간다.

국내선 수속을 하는데 서양인들은 다 나시에 반팔이다. 철인인가?

보딩게이트 쪽에 가고나서 후회한다. 안쪽 식당들은 문을 안 열었다.

할일이라곤 자는 것 밖에 없는데, 나는 파카를 트렁크에 넣고 부쳐버렸다.

이런 낭패. 김군은 잘도 잔다.

 

07시50분

역시나 국내선도 출발이 늦어졌다. 아사꼬씨가 안 나타나서 짐을 내려야한다나.

기내식 아침식사는 샌드위치. 먹고 잠시 졸았다.

 

09시

푸켓공항에 도착했다. 

2층 우체국에 전화가 있다는데 밖으로 괜히 나갔다가 다시 짐검사 하고 뱅뱅 돌았다.

우체국 옆 공중전화기에서 한국 전화카드는 쓸 수가 없다. 이런 낭패.

인터넷 카페를 찾았다. 10분에 100바트(2,600~2,700원). 비싸지만 일단 접속한다.

태국관광청 홈페이지에 가니 내이름으로 글이 있고 답변도 있다.

클릭. 그러나 왕창 깨진 글씨만 뜬다.

급한대로 msn메신저 접속. "선배 어디세요?" 후배가 덥석 말을 건다.

태국관광청 홈피에 있는 글을 긁어다 붙여달라고 부탁했더니

"이름 정확하고, 호텔과 통화했더니 예약 제대로 되어있다, 잘 쉬고 와라"란다.

아, 한시름 놓았다.

 

10시

인디고펄 리조트(www.indigo-pearl.com)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고작 5분거리에 택시비는 150바트.

시원하고 달콤한 꿀차같은 것을 주더니 내이름이 적힌 예약종이를 가져온다.

방에 데려다주면서 "comlimentary room only". 밥은 사먹으란 얘기.

방은 아늑하고 깔끔한 편. 김군은 벌써 잔다.

회사선배가 쓴 소설책 B컷을 홀랑 다 읽어버렸다.

방에 놓여있는 매니저의 편지는 kyun, so라는 사람 앞으로 써져있다.

그럼 나는 소기운? 음메~ 소의 정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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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 30분

점심 먹으러 나가려는데 누가 문을 두드린다.

선물이라며 귤 두개와 코끼리가 새겨진 나무 책갈피를 준다.

금고와 샤워기가 좀 말썽이라고 말했더니 고치느라 애를 먹는다.

 

14시

숙소앞 나이양비치에서 밥먹을 곳을 고른다.

가장 가까운 린다's seafood.

해산물 바베큐(B250)와 볶음면(B60), 창맥주(B80) 2병을 주문했는데

볶음면이 너무너무 짜서 먹을 수가 없었다.

다시 만들어온 것도 역시 짰다. 이 집 다시는 안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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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쎌프로 표현한 "어우짜~")

 

15시

해수욕을 잠시 해보다가 역시 짠물에 적응이 안되서 수영장으로 갔다.

김군은 역시나 바둥거리다가 기어나가서 잠만 잔다.

책을 몇권 더 가져올 걸 그랬다며 후회하다 잠시 눈을 붙였다.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리조트 내부를 좀 걸어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만 여기저기 공사중이다.

원래는 '펄 빌리지'라는 오래된 리조트였는 모양인데

'인디고 펄'로 리노베이션하는 중간에 문을 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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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협찬 최모씨)

 

18시

샤워를 하고보니 물이 안빠진다. 이런... 고장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김군까지 샤워 하고나니 홍수 직전.

또 직원을 불렀는데 이번엔 아주 젊은 청년이 와서 성심성의껏 고친다.

드라이버로 열고 밑에 낀 이물질만 빼면 되는데 정말 오래오래 고치기에

미안해서 B20를 줬다.

 

19시 30분

점심 때의 충격으로 저녁식사는 동네를 벗어나보기로 했다.

파통비치까지는 좀 멀고 푸켓타운에 가보기로 했다.

정문 앞 가게에 물어보니 왕복 B1000 내면 중간에 3시간쯤 기다려준다 했다.

비싸다 싶어서 호텔에 셔틀서비스를 물어보니 아직은 없다고 했다. 호텔택시는 편도 B700.

해변쪽에 가서 택시비를 물어보니 이번엔 B1200이다.

이번엔 방에 들어가서 미터택시 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위 해브 노 카".

 

20시

결국 정문으로 돌아가서 택시를 불렀다.

가이드북에 있는 <레몬그라스>를 가자고 지도를 보여준다.

김군이 타운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묻고 "써리미닛?" 했더니 아저씨가 갑자기 "텐미닛"이란다.

10분이라면 너무 가깝다. 뭔가 이상하다.

 

20시 30분

차를 타고나서 돼지갈비를 파는 <란짠빤>앞으로 가자고 할걸 그랬다고 후회했는데

아저씨가 길을 헷갈려서 내가 원하는 식당앞에 서버렸다.

뭘 오해한건지 10분 후에 다시 돌아갈 거냐고 해서

3시간 후에 만나자고 이해시키는 데에 한참이 걸렸다.

결국 택시불러준 가게랑 통화까지 한 뒤 11시 30분에 만나기로.

식사는 갈비(B60), 똠양꿍(B170), 싱비어(B75) 2병, 쏨탐(B25), 찹쌀누룽지(B20), 찹쌀밥(B10)...

 

21시 50분

라이브바 <팀버 헛>으로 걸어갔다. 생각보다 멀어서 김군이 슬퍼했다.

하이네켄(B100), 레몬주스(B60). 입장료는 없다.

현지인 밴드 같은데 노래를 잘했다.

무대 바로 앞에는 한국인 관객 4명이 일어나서 춤추고 있었다.

 

23시 30분

란짠빤까지 걸어가는데 김군이 또 슬퍼했다.

기사아저씨는 문닫은 식당을 가리키며 멀리서 오느냐는 손짓을 했다.

김군은 돌아가는 차에서도 바로 잠이 들었다.

바에서 안 잔게 용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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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목)

 

17시 50분. 

곧 출발해야 하는데 부장들께 휴가다녀온다는 보고를 못했다.

차분하게 일을 잘 끝내고 다녀와야지 마음먹다보니 그랬다.

벌써 마감시간인데 지금 부장들을 건들었다가는 뭐가 날아올지 모른다.

옆자리 선배에게 말하니 과감히, 그냥 가란다.

부서 게시판에 '또 첫타자로 휴가가네 어쩌네' 슬며시 적어놓고 출발.

 

18시.

여기는 광화문. 지갑을 열어보니 만원짜리뿐.

공항버스 할인권과 함께 내면 500원짜리 동전이 6개나 생긴다.

잔돈을 바꿀까 편의점쪽으로 뛰어가다보니 저 앞에 다가오는 602번. 과감히 다시 정류장으로.

마포이후부터 퇴근길 정체와 살짝 엉긴다.

방화대교 통과하면서 화곡동 집에서 출발할 김군에게 전화하니 나보다 늦을듯.

가까운데 사는 놈이 더 늦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

 

19시 10분.

이틀전 호텔에서 보내온 이메일을 출력해온다는 게 깜빡했다.

김군이 도착하기 전엔 여권이 없으니 인터넷환전한 돈을 찾을 수도 없다.

아래층을 배회하다가 결국 인터넷카페에 들러 출력할 게 있다고 하니 영업 끝났단다.

매우 비굴한 표정으로 "중요한 일인데 어떻게 안될까요?"하니

청년이 난감해하다 관리자모드로 컴퓨터를 쓰게 해준다.

메일을 출력하려고 보니 호텔에서 새 메일이 와있다.

"당첨자명단에 니 이름 없드라. 다른이름으로 뽑힌 거 아니니?" 라는 날벼락.

급한 마음에 답신을 보내려니 브로큰 잉글리시의 향연이 벌어졌다.

"아니, 같은 이름. 다시 한번 확인해볼게. 당첨 바우처 갖고가. 나 날아가."

마지막 문장이 특히나 마음에 걸린다. "I'm flying now." 음... 

 

21시 50분.

비행기가 50분이나 늦게 출발한다. 연결편이 늦어졌다나?

탑승구로 오면서 전화카드를 한장 사뒀다.

내일 푸켓공항에 도착하면 태국관광청에 전화해서 전후사정을 알아봐야지.

회사에 있는 친구에게 관광청홈피에 이 사태를 올려달라 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만약에 안되면... 어떡하지?

성수기에 예약도 않고 가는 꼴이 되는데, 방콕공항 노숙으로 시작해 푸켓에서도 내내 노숙인가.

아 끔찍하다. 이게 뭐니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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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위치 마냥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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