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류에서 딴수이 가는 버스는 정말 가뭄에 콩나듯 왔다.
30분 남짓 기다리고 있었을 때, 앞에 서있던 택시 기사가 추운데 타고 기다리라고 말하는 듯 했다.
웬지 갑자기 달려버릴 것만 같아서 겁이 났는데
남피옹이 덥석 올라탔다.
차가 온다 싶어 나가보면 금산행. 택시 기사는 금산행 5대에 딴수이행 1대나 올 거라고 말했다.
내가 몇번 허탕을 치자 그는 갑자기 종이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대충 짐작하기로는, 여기보다 금산에 가서 딴수이행 버스를 기다리는 게 낫다, 거기까지 10분이면 간다, 뭐 그런 내용.
갑자기 "프리어브차지"를 외친 그는 엑셀을 밟기 시작했다.
앞자리에 어린이 책가방을 둔 그 택시 기사는 분명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는데
그게 우리처럼 멍한 손님을 태우려는 것이었을까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러다 딴수이까지 달려놓고 돈 많이 달라고 하면 어쩌나,
달랑 버스비 빼고나면 저녁 먹을 돈도 간당간당한데...
설마 별일 있겠나, 아저씨를 믿어보자 마음을 다독이는 동안
차는 어느덧 금산에 접어들었고,
아저씨는 길가 온천을 가리키며 "여기는 공짜, 저 바로 옆에는 200元. 저기서 놀아라."고 했다.
순간 다시 걱정이 시작됐다.
아까 아저씨가 말했던 프리오브차지는 저 온천 이야기였던 게 아닐까.
그러나 차는 조금 더 가서 시장골목 앞에 멈췄다.
택시 기사는 종이에 뭔가 적기 시작했다.
얼마 내라고 돈을 적는 것 아닐까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저씨의 집주소. 응? 편지를 쓰라고?
아저씨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말했다.
"저 골목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가면 버스정류장이 있다. 구경하면서 가라. 나는 바빠서 이만"
아아 이것은, 말 그대로 무한친절?
아저씨의 순진한 의도를 의심한 나는 갑자기 가방이라도 뒤집어쓰고 싶었다.
그렇게 도착한 딴수이에서 우린, 커피 한잔과 소세지 하나를 서로 먹겠다고 싸웠다.
먹을 것 밖에 산 일이 없는데 이틀만에 거지.
가방 속에 든 지우펀표 술이라도 마셔야 하나,
요요카(대중교통 할인패스)라도 환불받을까,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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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