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자

목요일밤 간사마는 말했다. "쏘뎅 내일 쉬어라"
얼싸좋다 얼마만이냐 하며 1박2일로 갈 곳을 찾았다.
집사람은 설악산 단풍놀이를 강력히 원했으나
앞자리 남동기는 "너는 안된다"며 강력히 만류했다.

가깝고 높지않은 산을 찾던 우리는 결국
포천(혹은 철원) 명성산 억새밭으로 합의하고
산행과 온천욕 자료를 수집했다.


2. 불광동에서 명성산 가기

금요일 아침, 예상대로 늦잠을 자고 일어난 둘은
가는 길을 모르는데
수중에 지도마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송추를 거쳐 의정부로 가자 했고
집사람은 미아리를 거쳐 가자했다.
갈 때는 집사람 의견을 따랐으나
올 때보니 송추가 훨씬 빨랐다. 아싸.


3. 이 길이 아닌게벼.

산정호수 주차장에서 '등산로' 표시를 보고 걸었다.
앞에 아줌마들도 있고 하니 맞겠지, 하면서 하하호호.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우리만 호수변을 걷고 있었다.

한참 되돌아가니 등산로 입구와 안내도가 있었는데
집사람이 중간에 돌계단이 있다는 지금의 루트는 싫다고 한다.
바위와 안전로프가 있는 다른 루트가 재미있겠다고,
20분 소모하더라도 주차장으로 돌아가자 한다.
등산 완전초보에 움직거리기도 싫어하는 쏘뎅은
멋도 모르고 그러자 했는데...

주차장 근처에서 다시 출발.
비선폭포 근처에서 길이 갈라진다.
"이 길은 숙련된 등산자만 오를 수 있는 험한 코스입니다"
안내 표지판을 보고나니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집사람은 어여 가자고 채근.

오르고 오르다보면 못 오를리 없건만은
5분 후부터 지치기 시작했다.
앉아서 쉬고 멈춰서 쉬고
다섯발짝 마다 주춤거리는 나를 보고 집사람은 말했다.
"설악산 갔으면 큰일 났겠다"


4. 바위 위를 걷다.

명성산을 올려다보면 보이는 바위가 눈앞에 나타났다.
안전로프와 온통 바위.
아아 끝이로구나,
이 길로는 내려가지도 못하는데...

문득 대학교 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선배들은 관악산 올라가서 도시락만 까먹고 오자 했다.
낑낑 거리면서도 도시락만 생각했던 쏘뒝.
그러나 30분이 지나도 선배들은 계속 오르기만 했다.
"밥은 안먹나요? 언제 내려가나요?"
그때 선배들은 말했다.
"이 길로는 못 내려가. 정상에 가야 쉬운 길이 나와."


5. 억세게 강한 억새밭.

1시간 남짓 올랐을까. 드넓은 억새밭이 나타났다.
지난주말 억새 축제가 있었다더니 위쪽은 대충 져가는 모습.
명성만 못하다, 하며 투덜투덜.

힘들게 올라와 만난 억새밭을
가슴에 담기 쉽지않았던 이유는
내 손에 카메라가 없어서였을까
'숙련된 등산자'의 길을 주파했다는
되지도 않은 뿌듯함이 이미 가슴을 가득 채워서였을까



6. 3시간 코스

<주차장-비선폭포-책바위-억새밭-등룡폭포-비선폭포-주차장>
어느 등산 사이트에서 3시간 코스로 소개되어 있었는데
오르는데 1시간 20분, 노는데 40분, 내려오는 데 1시간.
딱 3시간이다. 희한하네.



7. 느티나무야 버드나무야.

검색결과 이동갈비 원조는 느티나무집.
그러나 길을 가다보니
느티나무가 있던 집, 버드나무가 있는 집...
사정없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겨우 찾아간 느티나무집.
살아있는 퉁퉁한 나무가 건물을 뚫고 하늘로 뻗어있었다.

1인분에 3만원이나 하면서 양도 작았던
수원 유명 갈비집을 잊지 못한 우리는
다짜고짜 2만5천원짜리 2인분을 시켰는데
1인분 먹고 배가 불러버렸다.
(나중에 물어보니 1인분반도 주문이 가능하단다.)



8. P모텔과 신북 환타지움 온천

포천 제일이라던 P모텔은
밖에서 보이던 사진과는 딴판인 콩만한 방을 제공했고

파도풀이 있다던 신북 환타지움 온천은
어린이 위주의 낮은 높이와 낮은 온도를 자랑했다.

그래도 출렁출렁 파도풀은 나름 재미있었다.
캐리비안 베이를 못가본 쏘뒝이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9. 허브 아일랜드

허브가게 들어갈 때 목 뒤에 발라준 페퍼민트 오일을
충동구매하고픈 욕구를
2천원짜리 로즈마리 화분 하나 사는 걸로 막았다.

단체 손님이 많아 꽃얹은 비빔밥을 못 먹고 억울해서
허브빵 하나를 사먹은 뒤
허브꽃을 몰래 마구 따먹고 나왔다. 메롱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