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디카족의 대열에 끼어보려 안간힘이다.

 

힘겨운 투쟁 끝에 새 것으로 교환했던 똑딱이는 있어도 있는 게 아니었다.

형부의 러시아연수와 함께 시작된 언니집 대여.

1년 가까이 주인인 내가 빌렸다 돌려주기를 반복했다. (그것도 미안해하면서)

가족에게 불합리를 호소하느니 깨끗이 기증하는 게 낫지.

마침 김군도 그간 모아둔 500원짜리 동전으로 생일선물을 사주겠다고 나섰으니

새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

 

똑딱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김군은 dslr 입문을 권했다.

둘이 벌지만 double income이라 할 수 없는 경제적 취약성.

(애를 안낳는다 해도 DINK족 되긴 글렀다.)

중고가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렌즈는 함께 쓰자며 n사의 바디를 찾던 김군은 몇시간만에

"n사는 너무 비싸다."며 다른 모델들을 내밀었다.

적당한 똑딱이는 안되느냐 물었더니 김군은 하이엔드급을 권하면서

또 몇시간만에 마침 적당한 중고 매물이 나왔다며 메신저를 걸어왔다.

쪽지를 보냈지만 판매완료.

 

쪽지와 물먹기를 몇차례. 참지못하고 나도 검색에 나섰다.

며칠째 잠을 줄여가며, 술먹자는 김군을 내쳐가며

네이버 쇼핑에서 각 디카회사를 검색해서

렌즈가 커보이는 것들마다 전문가리뷰를 본 뒤에

마음이 가거나 괜찮아보이는 것들로 리스트를 만들었다.

 

무려 15개. 김군은 경악하며

대여섯가지를 골라주면 장기간 검색을 시도할 것이며

서너가지를 골라주면 '삽니다'로 모델명을 올리고 기다려보자 했다.

1차로 추린 것은 하이엔드급 답지않은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들.

김군은 또 한차례 경악하며 "마누라는 역시 나와 취향이 다르구나."

살짝 기분나쁠뻔한 나는 s모클럽 장터에서 스스로 검색을 시도했으나

손바닥 절반밖에 안하는 카시오 매물은 금새 팔려나가고 없었다.

 

하루 뒤 나는 2차로 성능이 좋다는 거대한 녀석들을 골랐다.

김군이 '삽니다'로 글을 올린지 몇시간이 되지않아 답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똑딱이밖에는 다룰 줄도 모르면서 눈만 높아졌는지 양에 안 차는 것들만.

그러나 대여섯번째 답글에서 드디어

출시된지 4년이 됐지만 여전히 가격이 만만치않은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을 보내달라고 쪽지를 보냈다.

그러자 "사진기가 그거 하나라 찍어보낼 수 없습니다"라고 답이 왔다.

직접 만나 상품을 확인하고 괜찮으면 업어가란다.

D데이는 내일, 혹시 입양에 성공하면 소식 전하겠다.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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