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뎅 2005. 9. 27. 11:13

한두달 전에 ㅇ마트에 갔다가 양은 냄비를 하나 집어들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다가와 물었다.
"이 양은 어디다 쓸라구 샀수? 라면 끓이려고?"

행주 삶을까 하고요. 대답했더니 아주머니가
"행주는 스뎅에다 삶아요. 이건 얇아서 금방 뚫려. 안좋아요."
현명한 살림꾼의 조언, 접수.

...

저녁 먹으려다 문득 행주를 삶고 싶었다.
가스렌지 가장 작은 불을 아주 약하게 켜놨다.

저녁도 먹고 야식도 먹고 자다가
옆자리 친구가 일어나 뭐라고 하기에 눈을 떠보니 새벽 3시.
매케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가득했다.

타고 있었다.
합성섬유인 행주는 플라스틱 타는 냄새를 내뿜고 있었다.
불을 끄고 물을 부었지만 이미 집안은 오염상태.
목이 아파왔다.

창문을 다 열고 선풍기는 강풍으로 돌렸다.
아랫집에서 창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집에 불이 나고 다른 집으로 번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누가 죽었다면 감옥도 가야하나...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니 잠이 안왔다.

이놈의 건망증. 사람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