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뎅 2005. 11. 14. 19:06
친한 친구가 목포에서 결혼했다.
예식은 일요일 오전 11시 40분.
덕분에 하루 휴가도 내고 친정에 내려갔다.

"11시까지만 와"
아니다, 화장하고 있을 때 가겠다, 해놓고
터미널 들러 표 끊고 예식장까지 무식하게 걸었더니 11시 20분.

친구는 벌써 대기실에서 다른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사진 한장 박고 둘러보니
중학교 동창들이 우르르 보였다.

중학교 1학년 때,
성적순으로 반장이 된 나는
섬에서 유학왔다는 소문이 돌았을 만큼 가무잡잡했다.

어느 자습시간,
교실 '정숙'을 위해 내가 마련한 벌칙은
'떠든 사람이 책상들고 앞으로 나오기'였다.

갑자기 뒷쪽에서 누군가의 의자가 넘어지고
까르르 웃음이 터졌다.
"강지선, 책상들고 나와"

"나 안떠들었어!!"
그녀는 반항했지만 나도 지기 싫었다.
"그래도 나왔다 들어가!!"

그녀는 바닥을 쿵쿵 울리며 나왔지만
잠시후 내가 들어가라고 하자
"왜 사람을 오라가라 그러고 난리얏!!" 화를 냈다.

몇시간 뒤 청소시간.
싸우면 먼저 화해하자고 말해야 한다고 배웠던 '도덕녀'는
그녀를 찾아 헤맸다.

"미안해~" "안해에~"
"미안해~" "안해에~"
몇번의 실랑이 끝에 그녀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그후 과정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녀와 난 단짝이 됐고
그녀는 내가 다른 친구와 친해보일 때마다 삐져서
'신경성 위장병' 발병의 원인이 되었다.

그랬던 그녀의 결혼식이었다.
몇년전 혼자되신 어머니께 인사 드릴때는
나도 함께 눈물흘리고 말았다.

내 결혼식 때 와서
울었다고 하더니
그 마음 이제야 알겠다.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이후 직장생활도 타지에서 하고 있는 나보다는
다른 친구들이 더 가까울 텐데
그래도 나를 챙겨주는 그녀가 나는 항상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