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급격한 체력저하를 안고 느릿느릿 가방을 쌌다.

하루 전날, 무척이나 우울한 마음에 급격하게 지른 서울재즈페스티벌 첫날공연.

오마르소사와 인코그니토의 무대인데도 자리는 텅텅, 심지어 누군가 취소한 듯한 1층 무대앞 가운데자리마저 남아있었더랬다.

결국 나의 저렴한 취향은 3층 구석탱이 자리 두 개를 놓고도 무대와의 거리냐 무대와의 각도냐를 고민하는 쪼잔함으로 치달았지만

여하튼 몇년 만에 내돈 내고 보는 공연이었기에, 1층 로비에서 나눠준다는 와인이라도 맛보자며 노구를 이끌고 돌진했다.

 

스스로는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 속도라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상당히 뒤뚱거리며 경보를 하는가보다 싶을 발걸음으로 광화문사거리에 다가가는데

내 앞길을 막고 걸어가는 3인조가 있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도 기묘한 이 느낌은 뭐지?

 

1) 배치는 남-여-남.

2) 왼쪽남의 오른손과 가운데녀의 왼손은 깍지를 낀 상태. 

3) 오른쪽남은 왼손으로 가운데녀의 어깨를 잡은 상태.

 

2)로 볼때 왼쪽남과 가운데녀는 연인 사이로 보인다. 친구사이에 깍지를 끼는 격한 손잡기는 드물다고 봐야한다.

3)으로 볼때 오른쪽남과 가운데녀 또한 연인 사이로 보인다. 아니라면 이성친구 치고는 꽤 많이 친한 사이로 봐야한다.  

만약 왼쪽남이 연인이고 오른쪽남은 친구라면, 왼쪽남은 가운데녀의 오른쪽 어깨와 오른쪽남의 왼손을 상당히 불쾌해할 것이다.

반대로 왼쪽남이 친구고 오른쪽남이 연인이라면, 오른쪽남은 둘의 깍지낀 손을 질투하며 가운데녀의 어깨에 멍을 남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글루미 선데이처럼 두 남자가 한 여자를 공유하고 있는 것일까? 

'내 아내가 결혼했다' 아니 '내 여친이 연애한다'의 상황?

아님 셋 중 한명이 손을 떼면 폭발이라도 하는 것일까? 

과연 그들의 관계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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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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