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할매는 딸내미집에 잘 가셨을까

 

설연휴 마지막날 출근길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10m 전방에서 작은 보따리를 든 할머니가 소리치고 있었다.

"나 전화 한통만 걸어주슈. 인천에서 1시간 반 걸려 왔는데 딸내미 전화번호를 안 갖고 와서..."

순간, 인천이면 딸내미가 내려가는 게 맞고, 역귀성이라도 연휴 마지막날 올라오는 건 좀 이상한 게 아닐까

혹시 사기인지, 휴대폰으로 한통 걸어줬다가 국제전화로 연결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그만, "위에 올라가서 역무원에게 이야기하세요"라고 해버렸다.

 

이번엔 계단에서 내려오던 두 여학생들에게 다시 큰소리로 말을 거시는 할머니. "나 인천에서 1시간 반 걸려 왔는데..."

그녀들이 통화시간을 다 써버렸다며 (고등학생이었나보다) 공중전화로 안내하려하자 "큰돈 밖에 없는디"라는 할머니.

나는 여기서 한번 더 할머니를 의심했건만 그녀들은 잔돈을 꺼내서 할머니께 드리려고 했다.

이번엔 "공중전화 쓸줄 모른다"고 하시는 할머니. 그러자 그녀들은 자기들이 도와주겠단다.

그때쯤 들려온 이야기는 "내 딸이 **산아파트 4단지에 사는디... 5번 마을버스 타고 와서 전화하라는디..." 

알고보니, 우리 동네에 가시려는 거였다.

 

 

2. 그녀는 나를 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갑자기 쉬는 날이 된 어제, 아침에 봤던 휴대폰이 아무리 찾아도 없다.

찾다찾다 남피옹에게 메신저했더니 대뜸 "마누라 미안해 두개 들고 나왔어"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인터넷전화라도 놓을 걸.

언니들하고 연락할 길이 없어서 직접 전화기 회수에 나섰다.

 

지하철역 안에서 접선키로 했는데 약속시간 5분전부터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

전날 술도 먹었겠다 다리는 아프고, 미리 공중전화라도 하고 올라올걸 후회가 되어서

맘이 급한 나는 젊은 여자 한명을 찍어 "저... 휴대전화 한통만 걸 수 있을까요" 물었다.

그녀는 찡그린 눈초리만 돌려줬고 나는 한참을 더 기다리다가 역무원에게 물어 공중전화를 찾았다.

남피옹은 아직 출발도 안했단다.

 

 

3. 인과응보란 이런 걸까

 

언제부터 우린 휴대폰을 빌려주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까

휴대폰이 이만큼 대중화되지 않았을 시절엔

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빌려주고,

그가 내민 동전을 어렵지않게 사양하고,

나도 누군가의 전화를 빌려쓰고

그에게 동전을 내밀어보았다.

누구나 갖고있을 거라는 전제,

그래서 더 받아들일 수 없는 부탁일까

하다못해 동전 몇개라도 쥐고 물어볼 걸 그랬나

멀쩡한 사람을 사기꾼 만드는 것도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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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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