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향순회 다음 코스는 미야가하마 해변에 가는 것이었다.

스마해변에서 해수욕을 했으니 이번엔 담수욕을 해보자는 것.

미야가하마 해변은 휴가촌(큐카무라)이라는 시설 앞에 있는데, 잔디가 있어 발이 뜨겁지 않다고 했다.

 

여기서 첫번째 돌발상황.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표를 보니 아 글쎄, 미야가하마행 버스는 오후 3시대가 마지막이었다.

만약 그 막차를 탔더라도 택시를 부르지 않고선 나오지 못했을 터.

갑작스런 사태로 인해 이 곳이 얼마나 깡촌인가 생각하면서

일단 남아있는 버스는 장수사행밖에 없으니 거기라도 갈 것이냐 고민하고 있는데

 

여기서 두번째 돌발상황.

빨간 셔츠를 입은 빡빡머리 청년이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빡빡남    "너희 수향순회 했지, 나도 했다."

벌벌녀     "아, 우리 다음배. 총 3명이더니 니가 혼자였구나, 심심했겠다."

빡빡남    "어디 가냐, 버스 기다리냐?"

벌벌녀    "그렇긴 한데, 장수사행밖에 없다, 너도 버스 탈래?"

빡빡남    "아니 나는 차가져왔다, 근데 혼자 와서 심심하다, 내가 차 태워줄까?"

 

솔깃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상황.

대답도 못했는데 장수사행 버스가 갑자기 도착했다.

우리도 당황, 저쪽도 당황. 

"어쩔수 없지, 잘가라" 하는 빡빡 청년을 보며 우리는 망설였고 버스는 떠났다.

얼떨결에 우리는 그 청년을 믿어야만 했다.

 

 

 

 

 

빡빡남, 그는 군인이었다. 홋카이도 치토세에서 자위대 근무중.

본가가 오사카와 교토의 경계쯤이라서 다니러 왔다고 했다. 이틀 후엔 푸켓에 간다고.

와이프는 사회복지사인데 휴가도 못 냈거니와 둘의 여행 스타일이 달라 혼자 떠난다고 했다.

반갑게도 여행마니아. 본인도 여행가서 도움을 많이 받기에, 여행자들을 도와주는 게 즐겁다고 했다.

 

일단은 장수사로 출발.

우리를 내려주고 가는 줄 알았는데, 이제 뭐할거냐 물어보니, 장수사를 보겠다고 한다.

아하, 알았다. 계속 같이 다녀주겠단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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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사에 들어서니 4시 50분. 다들 청소를 하고 있었다.

다섯시에 끝난다고 재촉들을 하여 금새 나와야 했다.

절에 가려면 역시 5시 전에 가야하는 것이었다.

 

 

 

다음은 미야가하마. 듣던 대로 잔디와 모래밭이 함께.

수영을 해보고 싶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바닷가를 맨발로 걷는 것으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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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어디냐고 하여 돌아가겠다고 했다.

오우미하치만역을 말했다가, 기차표값을 줄여볼까 하는 욕심에 오츠역도 괜찮겠냐고 하니 흔쾌히 오케이.

사실 40km 정도 되는 거리인데 미친듯이 폭우가 쏟아져 한참이나 걸렸다.

 

밥을 사겠다고 했더니 사양. 박박 우겨서 하마오츠역 근처 복합쇼핑몰 안에 있는 고깃집에 데리고 갔다.

둘이 먹을 땐 언제나 10~20분이면 땡이었는데, 셋이 먹으니 대화도 하고 즐거웠다.

오랜만에 만찬을 한 듯한 기분. 기차표 절약한 것의 몇배가 나갔지만 왠지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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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역 사케를 시켰더니 잔받침까지 가득. 오른쪽처럼 마셔도 오케이.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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