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덩그러니

노오란 서류봉투

보낸 사람 자리엔

설레는 네 글자 '독자 드림'

 

3번 이어붙인 투명테이프

살며시 뜯어내보니

주루룩 튀어나온

A4크기 복사물들.

 

빨간 볼펜으로 적힌 책 이름,

빨간 동그라미 쳐진 목사님 이름,

"서울의 주인은 예수님이시다!"가 새겨진 교회주보,

카페주소와 '심령천국'이라는 네글자.

 

넘기고 넘기다

맨 뒤에 나타난 것은

빨간 동그라미가 쳐진 세 글자

'에이즈'.

 

 

 

나더러 어쩌란 겁니까.

적어준 참고서적 읽으면

에이즈라도 낫는다는 겁니까.

안 읽을 거면 에이즈 조심하라는 겁니까.

 

솔직히 '기독교 국가에 보내는 편지'라는 책은

그리 쎈 책도 아닌데,

미국에선 이에 반박하는 책이 2권이나 나왔다지만

나로선 크게 충격받을 건덕지도 없는데,

 

날나리라도 기독교에 한쪽 발을 담그고 있는 내가

굳이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이들의 주장에 설득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싶기 때문인데...

 

기사 마지막에 변명성으로 달아둔

내 신앙고백이

원고 길이상 잘리지만 않았더라도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으려나.

 

 

 

어쨌거나

서평 한 꼭지가 던져준 우편물 폭탄.

이렇게나 생각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806061725275&code=900308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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