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뉴욕주로 넘어가자.

맨하탄에서 혼자 놀다가 JFK에서 둘이 된 다음 향한 곳이

버스로 5시간 거리의 이타카(Ithaca)였다.

뉴욕 구경시켜준다는 친구가 서울부산 거리에 사는 줄을 알았더라면

우리는 굳이 뉴욕에 가려고도 안했을 거다.

하지만 난 지금 그 5시간이 멀고 힘들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 5시간을 만나기 전까지가 한술 더 떴기 때문이다.

 

 

 

코넬대에 다니는 (즉, 이타카에 사는) 남편의 후배는

한인택시를 불러 터미널로 오라고 했지만

남편의 도착시간을 당췌 알 수 없었다.

택시회사에 전화해보니 시간에 늦으면 수수료가 있다고, 차라리 도착해서 부르라고 했다.

 

사실, 택시를 미리 불렀더라면 큰일날 뻔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에 들른 사이에 다른 비행기 한대,

줄 섰다가 서류 쓰러 다녀온 사이에 또 비행기 한대...

그리하여 같은 비행기 승객들이 다 떠나고 나서 한시간 반이나 늦게 나오신 그분.

느긋하게도 지하철을 타자했다.

 

막버스 시간은 11시. 지금 시간은 9시반.

공항에서 미드타운까지는 경험상 대략 1시간 남짓, 여유있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탈탈탈 여행가방 끌면서 걷는 속도를 생각 못했다.

 

결국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53분.

헐레벌떡 그레이하운드 버스에 줄을 섰다가 혹시나 하여 물었더니

2층으로 올라가라 한다. 이미 10시 57분.

"이타카 두장이요" 버스까지 뛰어가며 오만후회를 다 했더랬다.

 

다행히 우리 뒤로도 세명쯤 버스에 탔다.

화장실앞에서 가슴을 쓸어내린 우리는

5시간동안 헤드뱅잉을 하며

미지의 그곳으로 떠났다.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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