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월 13일 (토)

 

오전 11시 40분.

작은 가방은 바이크 손잡이 앞 바구니에 놓고

카메라가 두개가 든 가방은 김군과 나 사이에 끼워놓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백팩으로 가져오는 건데,

한쪽으로 매는 짐백이라 영 불안합니다.

 

한손은 의자 손잡이를, 한손은 그리 자세하지도 않은 지도를 쥡니다.

덜덜덜... 드디어 출발입니다.

길 끝에서 우회전 하고 3거리를 만나면 또 우회전해서 언덕을 넘으라고 했습니다.

그냥 고속도로로 가도 되지만 이 길이 "나이스 뷰"라고 했습니다.

 

언덕길이 나옵니다. 김군은 한참 엑셀을 밟다가 안되는지 2단기어로 낮춥니다.

그러나... 힘이 달립니다.

언덕 중간에서 멈추고 맙니다.

 

언덕 중간에서 출발하기. 여간 높은 난이도가 아닙니다.

"나는 걸어갈게." 덜컥 겁이 나서 외쳤더니 되돌아오는 말은

"어라, 시동이 안걸려."였습니다.

출발한지 이제 20분도 안 되었는데 벌써 고장낸 걸까.

걱정이 눈앞을 가립니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서 방도를 찾기로 합니다.

시동이 안 걸리는 상태에서 방향을 돌리기조차 힘이 듭니다.

김군과 바이크 뒤로 혼자 터벅터벅 길을 내려갑니다.

바이크 택시가 지나가며 타라고 합니다.

왜 이제서야 나타났느냐고 타박하고 싶지만

문장이 너무 길어서 무리입니다.

 

"이 노란거 누르라고 했는데 벌써 까먹었었네."

언덕 아래서 만난 김군은 김군이 활짝 웃습니다.

나를 태운 바이크는 또 뒤뚱거리며 언덕을 올라갑니다.

또 엑셀을 밟아댑니다. 2단으로 낮췄는데 또 힘이 달립니다.

 

 

 

김군의 왼쪽발이

기어를 밟습니다.

 

바이크는 히히힝~

앞발을 듭니다.

 

아아아, 나는

뒤로 떨어집니다.

 

가방들이 하늘을

훨훨 나릅니다.

 

오토바이와 김군이

옆으로 눕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언덕 중간에 멈췄습니다.

반대차선의 사람들이 모조리 섰습니다.

아유 올롸잇, 아유 오케이...

아임 파인 땡큐, 아임 파인 땡큐...

아참, 이건 하우아유때 쓰는 건데.

 

일어납니다.

엉덩이가 얼얼합니다.

종아리가 까졌습니다.

허벅지가 긁혔습니다.

 

김군이 묻습니다. "마누라 괜찮아?"

다행이었습니다.

이 질문이 "카메라 괜찮아?"였다면

아마 이혼사유가 됐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이 바이크와 함께 언덕을 넘을 수 있을까,

걱정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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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 찍은 사진은 없습니다. 밋밋할까봐 파리대왕 올립니다.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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