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목)

 

17시 50분. 

곧 출발해야 하는데 부장들께 휴가다녀온다는 보고를 못했다.

차분하게 일을 잘 끝내고 다녀와야지 마음먹다보니 그랬다.

벌써 마감시간인데 지금 부장들을 건들었다가는 뭐가 날아올지 모른다.

옆자리 선배에게 말하니 과감히, 그냥 가란다.

부서 게시판에 '또 첫타자로 휴가가네 어쩌네' 슬며시 적어놓고 출발.

 

18시.

여기는 광화문. 지갑을 열어보니 만원짜리뿐.

공항버스 할인권과 함께 내면 500원짜리 동전이 6개나 생긴다.

잔돈을 바꿀까 편의점쪽으로 뛰어가다보니 저 앞에 다가오는 602번. 과감히 다시 정류장으로.

마포이후부터 퇴근길 정체와 살짝 엉긴다.

방화대교 통과하면서 화곡동 집에서 출발할 김군에게 전화하니 나보다 늦을듯.

가까운데 사는 놈이 더 늦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

 

19시 10분.

이틀전 호텔에서 보내온 이메일을 출력해온다는 게 깜빡했다.

김군이 도착하기 전엔 여권이 없으니 인터넷환전한 돈을 찾을 수도 없다.

아래층을 배회하다가 결국 인터넷카페에 들러 출력할 게 있다고 하니 영업 끝났단다.

매우 비굴한 표정으로 "중요한 일인데 어떻게 안될까요?"하니

청년이 난감해하다 관리자모드로 컴퓨터를 쓰게 해준다.

메일을 출력하려고 보니 호텔에서 새 메일이 와있다.

"당첨자명단에 니 이름 없드라. 다른이름으로 뽑힌 거 아니니?" 라는 날벼락.

급한 마음에 답신을 보내려니 브로큰 잉글리시의 향연이 벌어졌다.

"아니, 같은 이름. 다시 한번 확인해볼게. 당첨 바우처 갖고가. 나 날아가."

마지막 문장이 특히나 마음에 걸린다. "I'm flying now." 음... 

 

21시 50분.

비행기가 50분이나 늦게 출발한다. 연결편이 늦어졌다나?

탑승구로 오면서 전화카드를 한장 사뒀다.

내일 푸켓공항에 도착하면 태국관광청에 전화해서 전후사정을 알아봐야지.

회사에 있는 친구에게 관광청홈피에 이 사태를 올려달라 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만약에 안되면... 어떡하지?

성수기에 예약도 않고 가는 꼴이 되는데, 방콕공항 노숙으로 시작해 푸켓에서도 내내 노숙인가.

아 끔찍하다. 이게 뭐니 이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블레어위치 마냥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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