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전해줄 물건이 있어 만화담당(남피온) 근처를 얼쩡거리다
알록달록한 껍데기의 '뷰티 마니아' 세 권 발견.

색상과 이름에서 풍겨오는 아우라. 그럼 그렇지, 남피온은 심드렁~.
"이거 쓸 거냐?" 물었더니
"볼 사람 없소. 잡지 좋아하는 마누라나 보쇼."

순간 부르르, 내가 언제부터 잡지 좋아하는 사람이었던가.
그래, 침대헤드 쿠션 같은 사은품에 눈이 멀어
나이에도 안맞는 10대용 잡지를 산 적이 한두번 있다 쳐.
그래, 미용실이나 병원에서 시계봐가며 미친듯이 잡지 뒤적이다
화장품 샘플 뜯어온 적이 한두번 있기는 해.
그래, 동네 책대여점에서 1000원 주고 패션잡지 빌려본 적도
없다고는 말 못하지. 암. 열번은 될텐데...

그래도 그렇지, 내가 패션잡지 좋아하는 티를 낸 적이 있던가?
자기가 언제 봤다고 그래.

발끈해서 화내려다 생각해보니
어쨌건 A모 여행잡지를 창간호부터 모으고 있으며
지난 1년간 F모 레저잡지를 받아 쌓아두고 있으며
외식업체 포인트로 구독한 C모 리빙잡지 요리레서피가
식탁 한쪽을 점령했으니
어쨌건 내가 잡지를 달고살기는 하는기라.

5초간 제발 저린 끝에 낼롬 튀는 센스.
그리하여 다음날 아침 침대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
'젤리 인더 메리고라운드' '젤리 빈즈' '해피 마니아' 등으로 유명한
인기만화가 안노 모요코의 '뷰티 마니아'였더라.





















"수술 없이 미인 되자!"
인기 작가 안노 모요코 대변신 리얼 스토리!


변신전 변신후의 세가지 사진이 띠처럼 감싸고 있건만
1권에서는 좌절만 거듭하는 모요코.
그러나 2권에서는 12kg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3권에서는 급기야 그 유명한 안노 히테아키와 결혼에 골인한다.

책을 한권한권 낼 때마다
'뚱뚱하고 안이뻐도 뷰티칼럼을 써도 되냐'며 괴로워하지만
그녀는 정말 날씬하고 예뻐졌다. (3권 뒷부분의 시체사진 압권.)

그러나 처음부터 많은 것을 알고 성공을 거듭하는 게 아니라
자꾸 실패하고 상처받고 야단맞고 다시 시도하고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가감없이 독자와 나눈다는 것이
엄청난 일본 판매량의 비결인듯.
이렇게 몰랐던 사람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허나 불행히도 내가 개인적으로 따라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다.
그녀는 인기작가인만큼 주머니가 넉넉해서
다이어트도 피부관리도 쇼핑도 보통사람보다 자유롭게 시도한다.
(사실 그녀는 정신없이 쇼핑하는 타입이다.
 나처럼 다 돌아보고 살까말까 고민하는 사람과는 정 반대.
 그녀와 나의 경제력 사이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GAP이 있다. ㅠ_ㅠ)

그러나 그녀에게 있어 변화의 직접적 원동력은 경제력이 아니라
긍정적 사고방식을 가지려 노력한 데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칼럼 연재를 위해 수년간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더 시도하고, 더 강해지려 노력하면서
그녀가 터득한 '아름다워지는 방법'은
스스로 뚱뚱하다고 못생겼다고, 생각을 고정하지 않는 것이니까.
(물론, 생각만으로는 안된다. 그녀는 긍정적 사고와 함께
 기공,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경락 등 온갖 것들을 다 동원했으며
 지금도 뭔가를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


p.s. 안노 모요코가 그린 모든 삽화 옆에는
마치 저자가 직접 쓴듯 생생한 느낌을 주는 설명들이 있는데
그 깨알같은 손글씨의 주인공을 네이버 블로그에서 만나고 말았다.
아아, 인터넷 세상은 신기하고 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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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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