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자전거' 콘서트 티켓이 굴러들어왔다.

12월 31일 오후 4시 성균관대.
한해의 마지막날이기도 하고, 김모군의 생일이기도 하고,
워낙 공연류에 목말랐기도 하여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것은 그 전날까지.

막상 당일 점심시간이 지나자 귀차니즘 싸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포크는 내 취향이 아닌데, 김군은 나무자전거가 누구냐는데,
자탄풍은 또 누구냐는데, 저녁에 청담동 가야하는데... 등등.

겨울들어 처음으로 치마를 입고 과감히 대문을 박찬 것은 오후 3시.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김모군은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체력보충을 시작했으나
잔잔한 포크를 넘어선 선곡이 단잠을 깨웠다.

보사노바풍의 '남행열차', 록버전 '미안미안해',
월광 소나타와 한데 어울리는 '사랑밖엔 난 몰라',
마이클잭슨의 '빌리진'을 샘플링한 듯한 '텐미니츠',
샤우트창법의 '담배가게 아가씨'...

지난해 12월에 내놓은 리메이크앨범 수록곡들이라는데
남의 노래만 부르는구나 하는 생각도 조금은 들었더랬다.
그런데 "강인봉씨 최대 히트곡 하나 부르시죠?" 하더니 그들,
'마징가 제트'를 부르기 시작했다.

김모군은 "아, 작은별가족 강인봉이구나~"라고 했다.
속으로 나는
작은별가족이면 별셋이랑 다른가,
강인봉은 강인원이랑 형젠가... 다른 별을 헤매기 시작했다.

앵콜곡을 듣지도 못하고 나와서
시댁식구들 식사자리에 갔다가
청계천 야경보는 일행에 껴서 덜덜 떨다가
하루가 지난 다음 검색해보니
작은별가족은 폰트랩대령 가족에 비교할만한 엄청난 가족밴드였다.

아아, 여기서 세대차가 나오는가.
그저 '세발 자전거'가 '자전거 탄 풍경'이 되었다가
'나무자전거'와 '풍경'으로 나눠진 줄만 알았지
수십개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던 작은별가족이건
신동소리를 듣던 수퍼스타 강인봉이건
분홍 립스틱을 부른 강애리자건
전혀 들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충격이었다.
강인봉 아저씨, 기타만 잘 치시나 했는데...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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