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그림같다' - 손철주


내용도 좋지만 단어 씀씀이가 탁월했다.
단순한 내 머리로는 또 주제에서 엇나가기만 할 터.
책의 가치가 상하겠구나, 걱정부터 했다.


감기에 끙끙대며 졸다깨다하며 읽고
겨우겨우 지각 마감을 하고
신문에 찍힌 민망한 글자들에 얼굴 붉히며
또 주제를 부각시키지 못하고 변죽만 울렸구나 반성하던 차에
저자의 편지가 도착했다.

 

고맙고 민망합니다.

큰 지면을 배려해 주셔서 면구스럽습니다.

그 지면 때문에 밀려나신 여러 저자분들께 송구합니다.

......


미술기자 출신 학고재 주간 손철주씨의 이메일.
고맙고도 민망하기는 내 쪽이 더 했다.


저자에게 감사인사를 받은 건 딱 두번.
두 경우 모두 전/현직 기자였는데
직업 탓인지 성격 탓인지 분석하기엔
표본이 너무 모자란다.


제대로 써야 감사라도 받지... 나원참.





출처 : 경향신문


[책마을]그림속에요? 인생이 녹아있죠


정종녀의 ‘고암 딸 돌잔치 그림’

▲ 인생이 그림 같다/ 손철주|생각의 나무

지난해 화제가 되었던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에서 작품을 훔치려 했다는 남자가 있습니다. 뭉크의 ‘절규’와 ‘마돈나’를 훔친 도둑놈들과 겨루려 했다나요. 뭉크의 두 작품이 표방하는 고통과 구원을 한 손에 해결하겠다며 ‘도시 위에서’를 찍어두었답니다. 맹랑하게도 글 속에 자신의 죄를 낱낱이 토해놓은 ‘절도 예비 음모죄’ 피의자는 바로, 학고재 주간 손철주씨입니다. 오랜 미술기자 생활의 유산으로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를 펴낸 지 7년 만에 다시 그림을 주제로 책을 엮었습니다.

이번 책은 고전과 현대를 오갑니다. 우리 전통 산수화·풍속화에서 일본의 우키요에, 서양화…. 여기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와 괴짜 사진가 헬무트 뉴튼의 삶에 이르기까지 줄줄 읽어주는 맛이 아주 감칠맛 납니다. 더불어 연적, 옹기, 토우 같은 옛것들 속에서 푸근한 추억도 읽어내지요.

얼굴에 정신을 담으려 했던 우리 초상화를 이야기하려고 들어놓은 예화가 재미있습니다. 1953년 스탈린이 죽자 파리의 어느 공산당 잡지는 당대 최고 화가인 피카소에게 ‘경애하는 지도자 동무’의 초상화를 맡겼답니다. 마감시간이 다 되어 도착한 피카소의 그림을 뜯어본 편집자는 하얗게 질렸답니다. ‘만국 인민의 준엄한 아버지’는 없고 허겁지겁 그린 듯한 웬 어벙한 콧수염의 낯짝이 버티고 있었으니까요. 책이 나오자 유럽의 공산당원들이 한동안 들끓었겠죠. 숨도 못 쉬고 지냈던 피카소가 나중에 푸념했답니다. “장례식에 꽃한다발 보냈는데 꽃이 마음에 안든다고 꽃 보낸 사람까지 욕할까.” 이때 저자가 덧붙이는 말이 한술 더 뜹니다. “생화 보낼 자리에 조화를 보낸 꼴이 됐잖소.”

뭉크의 ‘마돈나’
현대 미술은 ‘명백히 실존하는 공포’라지요. 자신의 감상을 작가의 것과 동일화하고픈 집착에 시달리느라 그림 앞에서 떠들기를 주저하게 된다는 거지요. 그림 자체가 의미를 적으로 삼았으니 우리 옛 그림들만큼 친절하지가 않지요. 저자의 충고는 이런 때를 위함인 듯합니다. “동일시는 절대로 불가능한 욕망입니다. 차라리 차이를 인식하는 게 현명합니다.”

자신만의 느낌과 감각으로 그림을 읽는다면 오독과 편견마저 좋다는군요. 겁내지 말고 많이 보라고, 볼수록 그 안에 길이 있다고 저자가 충고합니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해박한 지식과 잊혀진 단어들을 솜씨 좋게 요리한 문체가 돋보입니다. 걸쭉하면서도 격이 낮지 않고 쉬우면서 재미납니다.

특히 헤밍웨이와 박수근, 중국의 서위, 조선의 최북, 반 고흐를 오가는 ‘상처 있는 영혼은 위험하다’라는 꼭지가 일품입니다. 표지에 적어둔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격’이란 말이 빈말이 아니었습디다그려. 1만2천원

〈임소정기자 sowhat@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5년 09월 23일 17: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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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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