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내용을 알고싶지 않다면 얼른 도망가세요.




권상우 曰 "내야수는 저쪽이야"
유지태 曰 "아우~ 외야수 시켜달라니깐"



<야수>를 봤다. 남자영화는 별로지만 공짜예매권이 생긴 관계로.
나름 사실적인 사회비판은 끄덕끄덕, 그러나 결말에서 갸우뚱.

'외향적 야수' 권상우에 동화된 '내성적 야수' 유지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서야
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공공의 적'을 처단하는데...

그래도 그렇지, 중요한 증거를 손에 쥐고도
꼭 개인적인 방법으로 끝장을 내야만 했을까?
유지태의 그런 결심에 영향을 주는 다른 단서도 없고...

한장 한장 넘겨보던 불경 속에 뭔가가 있었나?
"원수는 국회가 보이는 옥상에서 만나라" 뭐 이런 거라도.



온몸을 던진 권상우의 연기는 그럭저럭 박수.
울면서 파이팅을 외칠 때는
웃어야할까 울어야할까 망설일만큼의 공감대 형성.

한편 유지태는 조연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손병호의 연기가 인상적.
차분하고 안정된 말투와 강한 눈빛으로
흥분만 하면 대사전달력이 떨어지는 권상우와 유지태를 눌렀다.

그나저나 손병호는
친구마저 저세상으로 보내는 조직 보스로 단골일까.
<파이란>에서는 최민식을 보내더니...



딴 이야기 하나.
권상우 엄마로 나온 아줌마연기자는 이주실.
하마터면 코믹연기로 주목받는 김지영아줌마와 헷갈릴뻔 했다.

딴 이야기 둘.
남자 이야기들이 다 그렇듯 여자들 비중은 무지 작고
다들 참하고 조용하기만 하다.
엄지원도 그렇고 문정희도 그렇고 깡패들 와이프마저 조신조신.

그나저나 <씨네21 헌즈다이어리> 웃겨 죽겠다.
궁금하다면 클릭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section=rev&office_id=140&article_id=0000001832&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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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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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밤 비디오가게에 들러 <모래와 안개의 집>과 <썸>을 빌렸다.

둘 다 왜 극장에서 안 봤을까 기억을 더듬어보니
<모래와...>는 너무 우울할 것 같았고
<썸>은 포스터를 보고 주저했었다.

피로 물든 옷과 처절한 표정, 뒤로 나뒹구는 자동차가
왠지 내내 치고받고 선혈이 낭자할 것만 같은 분위기.
원래도 고수라는 배우를 '하수' 연기자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치고받는 영화 자체의 불편함을 감당하고 싶지 않았었던 것 같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런 선입견은 오해였다.
치고받기는 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정도.

그러나 정작 나를 불편하게 한 것은
초능력자도 아닌 여주인공 송지효의 밑도 끝도 없는 기시감.

포스터에 적혀있듯 <24시간 후 예고된 죽음과의 대결>이라면
기시감의 원인에 대해 조금은 설명해주어야 할 터인데
그저 "어느 장소에 가면 기억이 나요"를 받아들이라니.

초반에 정신없이 여러 마약패거리와 얽힌 복잡한 사건을 만들어놓고
오로지 여주인공의 기시감과 남주인공의 정의감으로
기억과 다른 결말을 만든다, 그것이 반전?

차라리 모든 것이 여주인공이 죽어가는 동안
하룻동안의 기억과 아쉬움이 함께 스쳐가면서 만들어낸
환상이라면 좋겠다.

시나리오 구멍 뻥뻥, 고수와 송지효의 어색함 작렬.
그것이 조금(some) 아니라 많이 모자란 영화를 만들었다.
근데 제목은 왜 some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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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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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초려'라 해야할지

<왕의 남자>를 보려고 세번이나 극장에 찾아가야 했습니다.

몇달 전만해도 예매라는 단어는 쓸모가 없었던 ㅂㄱCGV.

어느새 엘리베이터를 타기조차 힘든 곳이 되었더군요.

근처 ㅇㅊ동 이마트가 최고 매출을 올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예상했어야 하는 결과지만

깜짝 놀랐지 뭡니까.



뭐 <왕의 남자>에 관한 평가야

말하자면 입 아프고 써놓자면 손 아프고 보시자면 눈 아프겠죠.

그런데 영화 중간에 반가운 얼굴이 있지 뭐에요.

광대들이 궁중에 들어가 신하들을 조롱하는 판을 벌일 때,

부들부들 떨던 그 남자.

삼순이랑 선보면서 교양없네 어쩌네 했던 배우더라구요.

혼자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p.s. 선왕과 비교당하며 왠지 모자란 왕 취급받는 연산군의 모습은

행여 지금의 정치현실을 꼬집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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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saw 'Saw'

폐기/movie以樂 2005. 11. 27. 14:01

'Saw 2'가 미국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기에

헐레벌떡 1편 DVD를 빌려왔다.

끝나기 5분전까지, 에이~ 하다가

깜짝 놀라며 엔딩크레딧을 맞았다.



큐브처럼 시작해 양들의 침묵처럼 끝나기.

더럽고 밀폐된 공간 하나로 참 머리도 좋다.

저예산으로 이만한 스릴러를 찍다니

감독도 각본쓴 이도 천재인가 보다 생각했다.

(아담으로 나온 배우가 감독과 함께 각본을 썼다. 2편은 감독 바뀜.)



사실 이런 영화,

범인이 누굴까 궁금하지만 과정이 두려워서 결정이 쉽지않다.

막상 보고나면 이래저래 좋았다 나빴다, 혀만 놀리면 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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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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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보시다시피 '시체 신부'입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과는 주인공이 약하고 착하다는 게 차이일까요.
목소리가 누군지 알듯알듯 하다며 헤맸으나 조니 뎁이었습니다.






우유부단하면서 어리버리한 남자주인공과
눈이 똘망한 약혼녀,
그리고 한쪽 다리 각선미가 죽이는 유령 신부.


거짓말하면 바로 차가워지는 유령신부지만
순수하고 착한 편이더군요.
그치만 저는 눈똘망 약혼녀랑 잘 안될까봐 가슴졸였어요. ㅋ


사실 또 결론을 맞춰버렸지만
저걸 어떻게 다 움직여서 찍었나,
그런 감동이 있으니까 그럭저럭 봐줄만은 했습니다.


P.S.
제가 절대음감은 아니지만
약혼자 집에서 피아노 칠땐 음높이가 좀 안 맞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유령들 펍에서는 잘 맞더군요. 희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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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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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시려는 분은 읽지 마세요.








이런 실망이 없다.

모니카 벨루치가 언제 나오나 목이 빠지게 기다렸는데
잠깐 나왔다가 별 힘도 못 쓰고 사라졌다.

키이라 나이틀리와 분위기가 비슷한 여배우는
싸움 좀 하나 했더니 형제를 사랑싸움에 몰아넣고서

고층빌딩에서 떨어진 아빠는 본채만채,
즐겁게 축제를 벌인다.




재크와 콩나무, 빨간 두건, 헨델과 그레텔, 신데렐라,
라푼젤, 백설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진저브래드맨...

구석구석 그림형제가 정리해놓은 구전동화들이 묻어나고
모니카 벨루치라는 강력한 '볼거리'가 있음에도 실망스럽다.



역시 영화는 그저 볼거리가 아닌 것을...
전작들은 잊으라는 말, 네이버 평점이 10점만점에 5점대인 이유,


보면 안다.




p.s.
남피온이 나오면서 그랬다.
애들 다 줘버리고 모니카 벨루치 살리는 게 낫지않나?

나도 맞장구였다.
그렇지, 모니카 벨루치 하나 아이 열둘 안 부럽지. 잘못 만들었어.

사진의 왕관모양이 왠지 어디서 본듯한데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에서 혹시
드라큘라 흰머리를 저런 모양으로 감아올려놓지 않았었던가???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새로 개척한 비디오가게에서 '인 굿 컴퍼니'를 빌려왔다.

M&A로 인한 구조조정,

하필 이런 때 발생한 아내의 임신,

새파랗게 어린 상사,

그 상사와 사랑에 빠지는 딸...

"가는" 혹은 "해고당하는" 것이 먼 일처럼 느껴지진 않어서

출근전 맛만 본다고 틀었다가

지각했다.







포스터만 보면 무슨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같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조연에 가깝다.

그녀의 유명세에 기대고자 촛점을 흐려놓은 포스터.

물론 정공법을 썼다한들 폭발적 흥행은 어려웠겠지만

진짜 내용이 매력적인데 왜 이런 짓을...

"North by Northwest"를

"북북서로 방향을 돌려라"로 오역하는 시대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물론 이런 핑크빛 로맨스가 살짝 피어오르긴 하지만.









아버지와 딸과의 관계도 인상적이다.

부엌 쓰레기통에 버려진 임신테스트를 보고 딸을 오해하는 아빠지만

(영리한 딸이라면 부엌에 버리는 짓 따위는 안할 텐데)

딸의 솔직하지 못함을 꾸짖으며

"너는 예전이 더 나았다"고 할 때

그런 아빠의 말에 반항하기 보다 반성하는 딸,

그래도 괜찮은 부녀관계 아닌가.





26세의 어린 상사가 처음 회의를 주도하면서

"즐겁냐, 나도 즐겁다"식의 표현을 하는데

들리기로는 cite인데, 그런 말을 쓰나 모르겠다.

"Are you cite?"




(이런 포스터를 썼다면 지금의 흥행성적과 어떻게 달랐을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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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

다른 영화를 보러갔다가 
커다랗게 한쪽 벽면을 차지한, 검고 푸르딩딩한 포스터를 봤다.


731벌의 옷을 남기고 떠난 그녀
165cm, 230mm, size 7...
아내의 치수와 꼭 맞는 여자가 필요하다.




당장 보기로한 영화를 포기하고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스토리가 무라카미 하루키라서였는지,
음악의 류이치 사카모토라서였는지,
일본 영화라서였는지,
모르겠다.


그 검고 푸르딩딩한 포스터는
며칠동안이고 마음에 맺혀서는
나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틀이나 지났을까
야근을 한 다음날 아침,
장대비로 축축해진 신발로 다시 그 극장을 찾았다.


사람이 많지 않다고 다른 자리에 앉았다가
자리 주인이 와서 일어나고 또 일어나고,
그제서야 알았다.
비에 젖은 보라색 우산을 화장실에 두고 왔다는 걸.


우산을 가지러 황급히 나가려는데 아차,
입구쪽에 앉은 여자의 다리 옆에 가지런히 놓인 보라색 우산.
울컥하려던 마음을 다잡고 화장실에 갔더니 미안하게도
우산은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우산을 들고 다시 들어오는 길,
이번엔 입구쪽에 앉은 여자가 아차,
내 우산을 보고 놀란다.
같은 우산인데 같이 앉죠?
얼굴이 예뻤으면 그렇게 말했을까. 
그녀의 뒷줄에 앉은 나는 예고편을 마저 보며 고민했다.










만약 이 영화를
"50대 남자가, 그리고 30대 여자가 1인 2역을 하는 75분짜리 영화"
라고 한다면
그 얼마나 건조할까,


영화는 실제로 건조했다.
친절한 나래이터씨가 상황을 설명해주었지만
친절한 사카모토씨가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었지만
바삭바삭 말라 갈라지기 직전이지만
왠지 비가 올지 안올지는 관심도 없는 마른 사막을 만난 느낌.


에이코와 히사코, 토니 타키타니와 아버지 쇼자부로, 그리고
그녀의 보라색 우산, 나의 보라색 우산.
그리고 고독, 그리고 상실.


우산 덕에 하루끼식 감성과 싱크로한 걸까.
남자의 민망한 장발 20대 씬에서는 웃을까 말까 망설였음에도
왠지, 시간이 지날수록 아련하다.


영화는 가을옷을 사고싶다는 생각과 함께
토니의 집처럼 통유리에 전망이 가득 들어오는 곳에 살고 싶다는
내 오래된 소망을 또 자극하고 말았다.




p.s. 포스터엔 size 2라고 되어있지만
영화 속 나래이션은 'なな나나'라고 했으므로 위쪽엔 size 7로 썼다.


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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