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케이프타운에 새하얀 사막이 있다구요."
 
 
 
서대문 곱창집에서였던가.

여자처럼 상냥하게 말하는 ㅈ씨는

사막을 찾느라 겪었던 우여곡절을 줄줄 읊었다.

당시의 대화를 재구성하면 이렇겠다.
 

내가아는 ㅈ씨"사막을 찾고 있어요."

이름모를 주민"오, 사막? 남아공엔 없어. 북쪽으로 가요. 나미비아로."

내가아는 ㅈ씨"아니에요. 케이프타운에 있다고 들었어요. 새하얀, 새하얀 사막."

이름모를 주민 "새하얀? 아, 아틀란티스 샌듄(sand d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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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구석에도 '사막가는 길' 같은 표지판은 없다.

그저 평범한 흑인마을 아틀란티스에 들어서서 차를 세우고

뚜벅뚜벅 걸어가서 도서관옆 건물의 작은 창구에 "어른셋"을 외쳐야 하는 것이다.

 

1인당 9란드(1란드는 150원 언저리)짜리 노란 표딱지를 들고

근처 시장 한바퀴를 돌고 출발한다는 게

레게머리 따는 노점 앞에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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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이면 된다더니 1시간도 넘게 걸려서

지나가는 흑인들이 다 나를 구경하다 웃고 갔다.

가격은 50란드(약 7500원).

보라카이와는 비슷하고 한국보다는 최소 7배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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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쪽 두 사진은 김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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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마운틴 입구까지 갔다가도 케이블카를 못 타는 일도 많다고 했다.

갑작스레 구름이라도 끼면 운행을 안 한다고.

그래서 케이프타운에 사는 한인들은

가족들이 놀러왔을 때도 최소 두번 세번은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Lucky"

케이블카 한방에 오케이.

내부가 빙빙 돌아 모든 방향을 볼 수 있다.

거기까진 매우 좋았다.

 

"지금이 11시 5분전. 넉넉하게 1시에 봐요. 우린 이쪽으로 갈게." ㅈ씨는 말했다.

'넉넉하게'를 믿고 우린 매점에서 노닥노닥 30여분을 보냈다.

길을 나서니 ㅈ씨 가족이 나타났다.

부지런히 한바퀴를 돌아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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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새 나타난 모서리. 아래쪽으로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테이블마운틴은 두 군데로 나눠져 있는데 한쪽 끝에서 내려갔다 올라가면 다른편이에요"

ㅈ씨의 말이 떠올랐고

우리는 주저함없이 건너편 바위산을 올랐다.

 

걷고, 걷고...

색다른 돌과 식물, 그리고 저 너머로 보이는 희망곶.

시계도 안보는지 12시도 지났는데 "굿모닝"하는 사람들과 옷깃을 스치며

걷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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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보면 케이블카 쪽으로 돌아가겠지...

라고 생각한 것이 실수였음을 깨닫는 데에는 무려 1시간이 걸렸다.

"아무래도 케이블카는 저 뒤쪽 저 건물 같어."

우리앞에 놓인 길은 devil's peak 바로 앞으로 걸어내려가는 길.

아무래도 우린, 길을 잃은 것 같았다.

 

이쯤되면 제아무리 좋은 풍경도 안중에 없다.

약속시간은 15분 남았는데 우리가 걸어온 길은 1시간,

그곳에서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도 최소 15분이다.

 

휴대폰도 없고 저쪽 전화번호도 모른다.

무작정 걷고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

이 무슨 실롄가 싶어 우린,

 

 

뛰었다.

20분쯤 가자 나는 기운이 없다 했고

30분쯤 가자 김군은 가방이 무겁다 했다.

약속시간 + 25분.

그들을 만나자 다리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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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얼굴을 붉히고

사람들은 시커먼 본색을 드러낼 무렵,

그녀가 다가와 말을 건냈다.

 

"내 사진을 찍어요."

 

뭔가를 구걸할 것만 같았던 그녀.

갑자기 포즈를 잡는다.

그것도 범상치않은 자세.

 

당황해서 흔들린 사진 한장.

실패했다고 하니 그녀는 다시 자세를 잡고,

급하기 다시 찍은 한장.

사진을 보면 내게 돈을 달라고 할까 불안한 마음.

 

그러나 그녀는 흡족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Picture for you."

 

 

머리를 뭔가로 한대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흑인과 옷차림에 관한 편견.

날은 저물고 나는 고개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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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테이블마운틴 뒷편을 '12사도'라고 부른다.

올록볼록 엠보싱~이 12개라는 말일 터인데

언뜻 세어보니 10개라면 10개, 13라면 13개...

여자하기, 아니 여행자 생각하기 나름인 모양이다.

 

반팔은 입고간 것 하나 뿐이었는데

무슨 겨울이 이렇게 더운지

저 너머 캠스베이(Camps Bay)에는 물놀이하는 사람들도 많다.

 

남극에서 올라오는 대서양 물줄기는 연중 얼음같이 차갑다지만

눈밭에서도 뛰노는 견공, 여기선 가만있을 소냐.

 

아차, 개에게 소냐고 물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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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동네 중 하나인 '브레켄펠'에 짐을 풀고 달려간 곳은
테이블마운틴과 바다를 양 옆에 끼고 서있는 '시그널 힐'.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서
도시락 싸들고 온 가족과 가위바위보하는 흑인 꼬마들과
카메라를 갖다대면 바짝 긴장하는 화가와
아이스크림 파는 트럭과
2란드(약 300원) 받고 차를 봐주는 주차요원 밖에는 없다.
 
한국에서의 '차들은 오른쪽길' 운전법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되도록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게 좋다.
한적한 꼬불꼬불 언덕길을 오르다
깜빡 하고 오른쪽 차선으로 접어들었다가
혹시나 마주오는 차를 발견해서 핸들을 트는 날엔
"하나님 방가방가"하며 차와 함께 날아오를 수 있다.
가드레일이라고는 드문드문 박혀있는 키작은 돌덩이뿐이니까.
 
그저 알아서 조심하라는 나라, 그곳이 남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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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7 오전 11시30분.
비행기는 30분째 케이프타운 상공을 맴돌고 있었다.
공항에 뭔지모를 문제가 있어서 15~20분 선회한다고 했던 기장이
이제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 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이쪽은 페닌슐라, 이쪽은 로빈 아일랜드(사진)...
바다와 타운 위를 커다란 원을 그리며 돌더니
"Enjoy the view"란다.
 
홍콩, 조하네스버그를 거쳐 무려 20시간.
무척이나 땅바닥이 그리워서 발바닥을 벅벅 긁고 있을 때
의미심장한 방송이 흘러나온다.
"사실은 하이재킹 때문에 공항 활주로가 봉쇄됐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어쩌면 George에 착륙할 수도 있다."
 
하이재킹이라니,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참으로 대단한 환영을 받네요."하며 돌아보니
함께 가던 ㅈ씨가 황망한 표정으로 말한다.
"George라면 차로 5시간이 넘어요.
 도착해서 바로 와이프한테 연락한다해도
 케이프타운엔 오늘 안에 못 올 수 있다구요."
 
...
 
 
공중을 선회한지 1시간.
"이 비행기는 곧 착륙합니다." 라는 기장의 목소리.
박수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이것이 사건의 끝은 아니었다.
 
주인없는 짐가방이 다섯바퀴를 돌고 있을 무렵,
또 뭔가 벌어졌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현지 한국인들의 부탁 한가지씩을 담아
일행 3명의 허용무게를 살풋 넘긴 7개 짐보따리.
그 중 하나가 훌렁 사라졌다.
 
"조하네스버그 공항에서 찾으면 연락주겠다."
하지만 ㅈ씨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든다.
그도 짐 잃어버리는 게 한두번은 아닌 '베테랑'인지라
아내와 딸이 찾는 모든 물건을
"그 상자에 넣었는데" 라고 변명하며
상봉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이재킹 관련 영문뉴스 참조>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91&article_id=0000368181&section_id=108&menu_id=108

 

현지인들에 의하면 UCT(케이프타운대학) 학생이었다나 어쨌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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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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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시차와 이코노미클라스 증후군으로

급격한 체력저하.

딱 한장만 올립니다.

 

 

제목 - 나 지금 웃고있니

출연 - 크루거 국립공원 쏜부쉬게임리저브 암사자

촬영 - 소뎅 (쏘니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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