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향이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도요토미 히데츠쿠가 세운 수로를 따라 유람하는 뱃놀이.

봄에는 벚꽃이 피어 멋지다지만, 때는 바야흐로 여름.

갈대로 만들어진 섬 사이로 70분 가량 떠다니는 게 전부일 게 뻔했다.

 

1인당 2100엔을 들여 배를 타야할 이유가 있을지,

차라리 오츠에서 비와코 유람선 미시건호를 타는 게 나을지 고민이 많았으나

미시건호의 미국식(?)쇼도 마음에 안들거니와 비와코 물색보다는 주변을 둘러보자는 생각에

수향순회로 마음을 정했다.

 

히코네에서 JR 비와코센을 타고 오츠 방향으로 20여분 되짚어오면 오우미하치만역.

북쪽출구로 나오면 왼편에 관광안내소가 있다.

하치만보리 순회가 있고 수향순회가 있는데 어느 쪽이 나은지,

수향도 네 군데가 있는데 어디가 나은지 물었더니

하치만보리는 수로 뿐이고 시간도 짧아서 비교가 안된다고.(값은 싸다. 1000엔)

그리고 중요한 팁.

수향은 네가지 코스 중 첫번째가 시간도 길고, 버스비도 다른 데보다 100엔 싸다고.

 

3시 출발을 맞추기 위해 6번 승차장에서 장수사행(미야가하마행도 같은 코스다) 버스를 탔다.

풍년교에 내려 수향이 써진 곳을 가니 아직까지 손님이 많지는 않다.

자판기에서 맥주를 뽑아 들고 타려했는데 김군의 실수로 3개나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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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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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탔던 커플. 미에현에서 왔다는데 여자가 덥다덥다 하더니 누워버렸다. 자기 남편은 힘들게 노를 젓고 있는데...

일본어로 물으면 영어로 답을 했다. 흠, 역시 내 일본어가 양에 안 차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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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차례. 조금 저어보더니 요령을 알겠다며 열심. 아저씨에게 자기를 고용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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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나 노를 저어주는 손님이 뿌듯한 아저씨. 우리가 외국인인 걸 알고 영어로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대를 이야기해주느라 땀 좀 빼셨다.

고마운 마음에 600엔짜리 기념사진도 사왔다. 선글라스 밑으로 옆머리가 구렛나룻처럼 나와 좀 맘에 안들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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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코네성을 등지고 우측으로 담을 따라 걸으면 캐슬로드가 나온다.

관광객용으로 조성한 느낌이 물씬.

어디서들 오셨는지 다들 양산을 챙겨든 나이 지긋한 여성들로 북적거렸다.

왼쪽 골목으로 들어갔더니 애니메이션 캐릭터 전시관과 아기자기한 식당들이 보였다.

 

고베牛에 이어 오우미(비와코 인근 지방 옛이름)牛를 한번 시도해볼까 했지만

역시나 너무 비쌌다.

결국에는,,,

차슈면과 츠케면(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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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엔짜리 차슈멘. 어여쁜 반숙이 얹혀있다. 냉면은 콩국수의 국물없는 버전같은 맛이었다. 사진이 어디갔나 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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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은 미소(된장)나 쇼유(간장)보다 시오(소금)가 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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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표 참조. 웃음은 공짜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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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코 재도전. 1일째(오른쪽, 대체 어느쪽 다리를 든 거냣!)에 비해 완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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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에서 JR 비와코선을 타고 40분 남짓.

히코네역에 내리면 저 멀리 히코네성이 보인다.

일본에 남아있는 성 중에 오리지날로 분류되는 다섯개(?) 중 하나다.

 

전쟁으로 인해 손상되거나 하여 다시 짓지 않은,

옛날 상태가 그대로 남아있는 성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물론 히메지죠.

규모도 크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러니 유네스코 문화유산)

 

다만, 히메지는 내가 다녀왔기 때메 남편은 볼 기회를 상실했다.

게다가 오사카의 상징이라는 오사카성마저 거들떠도 안 봤다.

김군, 꼬우면 니가 스케줄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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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봐도 규모가 작다. 언덕 위에 있어서 그나마 전망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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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코가 보인다. 뭐 그럴 수 밖에. 근처에 버드맨 대회 열리는 해변이 있다하여 가볼까 하다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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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한가롭기 때문에 앉아서 놀아도 된다. 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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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코네성의 마스코트. 여기저기 전시되어 있었다. 귀여워보여도 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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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뜰이 상당히 예쁘다. 성 입장권에 정원용이 같이 붙어있다. 합해서 600엔.

성에 올라갔을 때 뜃쪽으로 화살표를 보고 잘 내려와야 한번에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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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

숨을 몰아쉬며 들어오는 우리를 보고, 케이블카 역무원들은 물었다.

"5시꺼 타고 올라가면, 5시 50분까지 역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6시에 양방향 막차가 뜬다는 이야기다.

 

5시 10분쯤 엔랴쿠지역 도착.

절의 규모가 커서 동과 서로 나눠져있다며, 어느쪽을 먼저 구경할까 다퉜는데

이상하게도 조용~한 절.

입장료 받는 데에도 사람이 없고, 사람이 있더라도 말도 안 건다.

 

그렇다.

영업시간이 끝났던 것이다.

(절에는 5시 이전에 가야한다는 사실을, 다음날도 확인하게 된다.)

할일도 없고, 터벅터벅 경내를 걸었다.

그리고 정확한 시간에 돌아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게이한 사카모토역으로 가는 버스가 서 있었다.

버스를 탈까 말까 망설이는데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났다.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식당.

까까머리 고등학생들이 '히에이잔고 야구부'라고 써진 가방을 던져놓고 배를 채우고 있었다.

 

가라아게 주세요,

가라아게는 포테토가 안 나와요. 가라아게로 줘요 가라포테로 줘요?

가라포테 주세요...

 

눈물나게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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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카 유일한 동승객. 파르라니 깎은 머리로 보아, 스님일지도 모른다. 내려올 때는 함께 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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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 할 일도 없어서 이러고 놀았다. 김군 손의 핑크색 우산은 사카모토역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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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나게 맛난 분식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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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뉴도 싸다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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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에 버티고 있던 회색 고양이. 털을 만지며 사진 찍으려니 딴데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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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라포테. 감자튀김이 좀 짰지만 뜨끈하고 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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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에 젖은 선거 포스터. 열심히 땀흘리며 인사하는 느낌이 난다. 물로 저 땀은 빗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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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오츠역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 보이는 비와코 조명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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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에이잔 엔랴쿠지를 끼워넣은 것은 오로지 쓰룻토간사이패스의 봉을 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 그곳이 아니라면 패스를 살 생각도 없었다는 게 옳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건 말건, 그저 일본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를 공짜로 타겠다는 목표 뿐이었다.

 

게이한 사카모토역에 내려 사카모토 케이블 역을 물으니 지도를 주는데 언뜻 보기에도 꽤 멀었다.

다시 폭우가 쏟아져 역 이름이 써진 핑크색 우산을 하나 빌려들고 열심히 걷는데

이런... 5시편을 타려면 10분남짓 밖에 안 남았다.

 

"내 동물적 본능을 믿어"

빗속을 뛰고 걷고 표지판을 찾는데 앞장선 김군이 고개를 갸우뚱 한다.

왠지 찜찜한 좌회전. 과감히 되돌아와서 보니 역시나 직진 표시가 있고

저 언덕 위로 보이는 케이블카 역.

 

남은 시간은 2분.

그러나 이곳은 시간관념이 너무나도 정확한 일본.

이미 기력이 쇠한 우리 앞에 놓인 언덕.

과연 우리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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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비와코. 비파 모양의 맨 아랫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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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날은 오사카 숙소를 체크아웃 하고 오츠시로 옮겨가는 날.

나라역에 보관중이던 짐을 찾아 교토로 향하는데

창문 밖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교토역에서는 폭우가 쏟아졌고, 오츠역까지 JR 비와코센을 타고 두 정거장을 가는데

터널을 지났더니 비가 멎어있었다.

우산도 없는데 잘 되었다며, 오츠역에 내려서 수퍼호텔 체크인.

 

키 대신 비밀번호를 주는 방식.

호텔 홈피에서 하루, 자란넷에서 이틀 예약했더니

같은 방에서 묵지만 다음날 한번 더 비밀번호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비밀번호 방식이기 때문에 체크아웃은 더 편한 듯 했다.

프론트에 직원이 항상 지키고 서있는 것도 아니라서 발파스나 샤워용품 등 여성 1인당 5개로 정해진 어메니티도 덥석덥석.

이튿날부터는 메모리폼 베개도 들고가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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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르고 올라 이월당(니가츠도)에 도착.

공짜 차를 한 잔 마시고 내려오다 보니

아 글쎄 양산을 놓고 온 것이 아닙니까.

 

이미 급격한 체력저하에 도달한 내 대신 김군이 계단을 되올랐습니다.

마누라를 용서해라.

다리가 마이 무겁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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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진 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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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은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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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내려오는 계단. 건망증이 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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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이지에 들어가면 대불 뒤로 구멍 뚫린 나무기둥이 하나 있습니다.

통과하면 액을 없애준다나요? 그치만 어린이 정도나 가능한 크기입니다.

마침 어떤 꼬마가 통과하고 있었는데... 정말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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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다코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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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과하라고 시켜놓고 사다코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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