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경향신문



[트래블]‘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지상낙원’ 아말피




2005년 7월 마지막날, 눈이 시리도록 화창.


마침내, 도착했습니다. 1997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랍니다. 99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50곳’ 중 지상낙원 첫번째에 꼽혔습니다. 피카소, 에셔 같은 천재들도 이곳에서 머물며 영감을 키웠답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수식어가 다 무슨 소용입니까. 차에서 내리는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절벽 끝에 매달린 하얀 집들이 석양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반짝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에메랄드색 바다와 노란 백열등, 붉은 노을빛에 도시가 익어갑니다. 저도 몰래 그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바다에 보름달이 일렁일 때까지 숨죽였습니다. 어둠에 포위된 도시는 눈이 아리도록 홀로 빛을 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아말피(Amlfi). 유럽의 휴양지입니다. 매년 8월초 아말피로 오는 도로는 한국의 설을 연상시킬 정도로 ‘주차장’이 되어 버립니다. ‘지상낙원’이라는 수식어답게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밝습니다. 주민이 1만명도 안되는 조그마한 도시지만 여유와 세련미가 넘쳐납니다.


아말피는 한때 제노바, 피사와 지중해 패권을 다퉜을 정도로 강력한 해안도시국가였습니다. 9세기 동방무역을 통해 큰 번영을 누렸지만 12세기 피사인들에게 점령당했고 14세기에는 산사태로 급속히 쇠퇴하고 말았습니다. 콘스탄티노플과 이슬람의 영향을 받아 비잔틴 양식과 무어 양식의 건축물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영광의 흔적은 끊이지 않는 관광객의 발길로 희미하게 기억될 뿐입니다.


이런 척박한 땅에 ‘지상낙원’을 만든 이탈리아인들에게 경외심을 느낍니다. 바다를 그리워 한 산맥은 숨돌릴 틈도 없이 바다를 향해 곤두박질쳤습니다. 평지라고는 몇뼘 보이지 않는 가파른 해안절벽에 집과 교회를 세우고 한때 지중해를 호령할 군사까지 양성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파스텔색으로 칠해진 건물들이 조개껍데기처럼 층층이 산꼭대기까지 자리잡고 있지만 워낙 오래된 도시라 차 한대만 다닐 정도로 도로가 좁습니다. 숙소를 찾아 미로같은 골목에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좇아 산중턱까지 올라야 합니다.




밤이 깊어 갑니다. 두오모 앞 광장에는 쇼핑을 즐기는 인파로 흥청댑니다. ‘리몬첼로’ 한병을 사서 길가에 앉아 봅니다. 동양인이 보이지 않는 동네, 취기인지 피곤인지 꿈을 꾸듯 휘청입니다. 내일은 정오까지 늦잠의 달콤함을 즐겨 보렵니다.


지난해 이곳 아말피의 한 호텔에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가 쉬러 왔다가 염문에 휩싸였습니다. 내일은 저도 피트와 졸리처럼 손을 잡고 해변을 산책할 겁니다. 20분 거리의 에메랄드 동굴을 찾아 보트도 타야겠네요.


참,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50곳 중 ‘아름다움, 고요함, 천국같은 기쁨’을 지닌 지상천국 10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 ▲미국 미네소타주 바운더리 워터스 ▲영국 버진아일랜드 ▲그리스 제도 ▲하와이 제도 ▲인도양 세이셸공화국 ▲일본의 전통여관 ▲인도 케랄라 ▲태평양제도 ▲칠레 토레스델 파이네 국립공원


〈아말피(이탈리아)|김준일·임소정기자 anti@kyunghyang.com / sowhat@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5년 08월 09일 15: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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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쏘뎅
쏘뎅+기자=쏘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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